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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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 숀 베이커 단평

출처: IMP Awards

플로리다에서 빈민들이 장기 투숙하는 모텔에서 살고 있는 무니(브룩클린 프린스)는 희망이 없는 삶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 또래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개구장이로 지내는 밝은 소녀. 하지만 엄마인 헤일리(브리다 비나이테)는 계속 임시직도 구하지 못하는 삶이 반복되고, 무니는 장기 투숙하는 모텔에서도 쫓겨날 상황이 된다.

사시사철 따뜻하고 밝은 햇볕이 비치는 플로리다에서 세계에서 가장 환상이 가득할 놀이공원 뒷쪽에 있는 빈민 모텔을 배경으로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아이들의 삶을 다룬 독특한 영화. 살기 좋은 자연환경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마파크 이면에 독특한 빈민촌이 있다는 독특한 취재를 기초로 우울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환경에도 천진난만하게 사는 아이들을 교차편집한 발상이 돋보인다. 대조적인 상황을 하나의 영화에서 부드럽게 담는 것만으로 독창적인 영화적 성취와 사회 고발 동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대담한 작품.

마치 정말 뒷동네 모텔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아이들과 성인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엄마 역할을 맡은 브리다 비나이테는 정말 헤일리를 데리고 온 것 같다. 개구장이 자체를 데리고 온 듯한 아이들의 연기도 대단하다.

미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독립영화의 위대한 성취. 취재와 발상, 단단한 연출이 함께 어우러지는 훌륭한 영화다.


올 더 머니 (2017) / 리들리 스콧 단평

출처: IMP Awards

석유 재벌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며느리였다가 이혼한 게일(미셸 윌리엄스)은 맏아들(찰리 플러머)이 납치당하고 비용 마련을 위해 전 시아버지를 찾아간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냉혈한 사업가인 폴 게티는 전직 CIA이자 자신의 뒷거래를 도와주는 플렛쳐(마크 월버그)를 파견해 합리적인 선에서 인질극 비용을 정리하려고 한다.

손주를 납치당한 거부가 인질극에서마저 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사업관을 투영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구하려는 모성애와 3자로 끼어든 전직 특수요원을 교차 편집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동극. 일급 사업가로 자신의 핏줄인 인질에 대해서도 냉철함을 유지하는 이야기는 이미 [랜섬]으로 영화화한 적이 있어 놀랍지 않은데, 말끔한 스릴러로 각색한 당시 영화에 비해 한 사건에 대해 개성 강한 사람들이 부딪치는 셰익스피어 연극처럼 작품을 다듬었다. 서로 다르게 사건에 접근하면서도 중심 인물들이 모두 이성을 끈을 놓지 않는 (특히 오열하고 흥분해도 이상하지 않은 어머니) 상황이 이전 어떤 인질극과도 다른 냉랭한 톤을 유지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듯 하다가도 앞뒤가 맞지 않게 사건에 대한 대응을 바꾸는 폴 게티가 중심인물인데, 전환에 대한 설득력이 충분하지 않아 배우들의 무게감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듯. 다소 두서없고 전형적인 전개를 무시하는 영화의 의도인지, 주연 배우 교체에 따른 불협화음인지 궁금하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기괴한 개성을 갖춘 영화. 전개에 빈 구석이 많고 사건 전개가 이상한 리듬을 타든데 배우의 존재감으로 메운다. 대치하는 역할인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미셸 윌리엄스가 좋다.

노년기에 필모그래피가 들쑥날쑥한 작가가 [카운슬러] 이후 만든 장르 문법을 벗어난 범죄극. 필모그래피에서는 조금 쳐지는 범작 대우를 받을 만하다.


더 포스트 (2017) / 스티븐 스필버그 단평

출처: IMP Awards

죽은 남편에 이어 가족이 운영하는 신문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가 된 케이(메릴 스트립)는 주식을 공개해 신문을 전국구로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문을 키우기 위해 스카웃한 야심만만한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경쟁신문 [뉴욕 타임스]가 월남전에 대해 역대 정권이 숨긴 맥나마라 보고서를 단독 취재한 특종에 자극을 받아 있는 상태. 끈질긴 취재 끝에 벤은 맥나라마 보고서를 입수하지만, 닉슨 행정부의 압력과 맥나마라(브루스 그린우드) 전 장관과 개인적 친분 때문에 케이는 공개를 망설인다.

월남전에 대해 국가가 숨긴 비밀을 폭로한 미국 유력 일간지의 사건 와중에 [워싱턴 포스트]가 전국구 신문으로 명성을 떨친 실화를 각색한 정치극. 스릴러보다는 미국의 가치를 지킨 의지가 강한 중상류층을 다룬 군상 묘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 [스파이 브릿지]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화려하거나 서스펜스를 더할 수 있는 유혹을 절제하며 묵직한 연기와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한 묘사를 적절히 조합한 화술이 일품.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도 인간적인 섬세함을 잃지 않는 최근 작가의 영화적 동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야심만만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편집장과 고뇌가 있지만 묘한 기품이 있는 사주를 연기하는 원투펀치에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를 배치한 배역이 돋보인다. 필모그래피에서 튀어나올 만큼 눈에 띄는 영화는 아니지만 두 배우가 아니라면 묘사하기 힘든 절묘한 선을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맞춰 구사하는 솜씨가 좋다. 담담하게 마무리 하는 의미심장한 마무리도 좋다.

힘빼고 찍어도 빼어난 영화를 찍는 노년의 공력이 돋보이는 영화. 근래 비슷한 접근을 한 작가의 영화처럼 당대의 영화로 꼽기에는 약하지만, 그 만이 할 수 있는 성취라는 점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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