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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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2019) / 이상근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대학 시절 등산부 에이스였던 용남(조정석)은 꽤 오래 취준생 생활을 하고 있다. 등산부 시절 고백까지 했던 후배 의주(임윤아)가 근무하는 행사장에서 어머니(고두심)의 환갑연을 하던 용남은 도시를 뒤덮는 독가스를 보고 가족을 피신 시킨다. 가까스로 가족을 헬기에 태워 탈출 시키는데 성공하지만, 용남과 의주는 빌딩 꼭대기에 남게 된다.

도시에 무차별 독가스 테러가 터지고 구출을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도심지 빌딩 꼭대기에 남은 두사람의 등산부 출신 남녀가 살아남기 위해 겪는 이야기를 가벼운 터치로 다룬 소동극. 상황은 한국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헐리웃 방식에서 이식에 무난하게 시작하는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등산부 출신이라는 설정을 최대한 활용해 도심지에서 구할 수 있는 소품을 생존용으로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등산부에서 배운 기술로 커버한다. 사이사이에 벌어지는 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급 상황과 여유를 두며 벌어지는 유머에, 동시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절묘한 완급이 일품이다. 실제 등산부가 모두 암벽등반을 하는 건 아닌데다가, 설사 암벽등반을 했다고 하더라도 소품을 이용한 서바이벌 기술에 능하기 어려우며, 이 모든 상황을 마치 재난 가이드북처럼 꼼꼼하게 이용하는 [맥가이버]적 작위가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영화의 매력을 덜지 못한다.

어느 한곳으로 쏠리지 않으며 영리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대단한 영화지만, 러닝타임을 이끄는 두 주인공의 스타성을 활용한 인물 구성도 절묘하다. 너스레로 유명한 조정석을 활용한 점이나 예능을 통해 털털한 미인으로 알려진 임윤아를 기용해 자연스럽게 인물의 매력을 끌어냈다.

한국영화에서 전무후무한 소재를 활용한 영화이자 빼어난 완성도를 가진 꼼꼼한 소품.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티가 나는 시나리오를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룬 연출이 일품이다.


토이스토리4 (2019) / 조시 쿨리 단평

출처: IMP Awards

장난감을 물려 받은 보니(매들린 맥그로)가 나이가 들며 우디(톰 행크스)는 취향 순위에서 밀려난다. 하지만 아이를 끔찍히 아끼는 우디는 유치원 첫날부터 보니를 챙기려 따라가고, 보니가 미술수업에서 버려진 1회용 숟가락으로 포키(토니 헤일)를 만들어 집으로 가져오는 것을 지킨다. 원래 장난감이 아니었던 포키는 정체성이 흔들리며 자꾸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우디가 보니를 위해 포키를 지키는 상황에서 보니 가족은 여행을 떠난다.

더 이상 속편이 나오지 못할 것 같을 만큼 완벽한 마무리였던 전편을 괴력으로 연장한 속편. 시리즈 팬들이 함께 했던 장난감들을 새 어린이에게 넘겨주며 누가 봐도 대장정의 마무리였던 삼부작의 끝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새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이 놀랍다. 더구나 새 이야기 역시 아이의 성장과 장난감의 운명을 자아찾기와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을 갖추고 있고, 여전히 새로운 인형이 등장한다. 첫편을 본 어린이 관객이 아이가 있을 나이까지 이어진 시리즈가 매번 같은 주제를 새로운 이야기로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매편마다 선명한 주제의식을 온가족이 즐기기 충분하게 묵직하게 잡아내면서도 대중영화의 미덕을 놓치지 않는 밀도 있는 연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점도 대단하다. 속편부터 전편을 뛰어 넘지 못할 것 같았던 우려를 날려버리고 등장한 것을 생각하면 시리즈 전통인 셈.

새 인형 역할을 하는 스타 캐스팅이 절묘한데, 특히 둔탁하게 떨어지는 뻣뻣한 움직임과 직선적인 성격을 키애누 리브스에게 부여한 캡틴 카붐과 인형에 호러를 더한 캐스팅을 맡은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코미디 2인조를 맡은 조던 필과 키건-마이클 케이 모두 미국 대중 문화를 적극적을 활용하는 픽사 다운 선택. 하지만 가장 좋은 캐스팅은 원년 멤버였지만 누가 봐도 톰 행크스와 팀 앨런 스타 캐스팅의 보조에 불과했던 보핍 역의 애니 포츠가 빼어난 역할 소화를 보여준 점이다. 게다가 새 영화의 보핍은 전편까지의 인물상을 현대적으로 확장하기 까지 했다.

허를 찌르는 속편이지만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 더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전편에서 이어진 것을 보면, 10년 이내에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다. 첫편보다 나은 2편이 있는 시리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시리즈가 어느 하나 떨어지지 않는 3D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표 그 자체.


존윅3: 파라벨룸 (2019) / 채드 스타헬스키 단평

출처: IMP Awards

업계 규칙을 어기고 컨티넨탈 호텔에서 살인을 한 [존윅](키애누 리브스)가 공개 제거 대상으로 오르기 몇시간 전, 모든 인연과 수단을 동원해 탈출하는 그 앞에 수많은 암살자들이 나타난다. 겨우 도시를 탈출한 [존윅]은 자신에 대한 암살 명령 말소 권한을 가진 지도층에 접근하기 위해 지금은 다른 컨티넨탈 호텔 지배인을 하고 있는 옛 동료 소피아(할 베리)를 만나러 간다.

은퇴한 초일류 암살자가 복귀한 1편과, 어쩔 수 없이 업계로 돌아왔다가 업계와 등을 돌리게 한 괴상한 업계 규칙을 다룬 2편에 이어 업계와 등을 돌린 후 살아남는 과정을 다룬 신작. 성공적인 시리즈 전개와 기존 인물과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게 된 까닭인지, 초반부터 새로운 스타일의 스턴트와 일직선 플롯이라는 기존 특징을 극단적으로 밀어 붙인다. 새 등장인물 소피아의 개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나 말을 타고 등장해 체이싱을 벌이는 장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고, 발레 극장과 암살자를 배치하는 장면이나 호텔 내부 총격전처럼 특유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하지만 새 인물이 더해졌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얇팍하기 짝이 없던 (나쁜 의미로) 만화적 세계관에 캐릭터 매력에 기댄 채로 새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피로감이 누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상상력이 신선했던 첫 편의 매력이 점점 뭉툭하게 가라 앉는다. 특히 영화 말미에서 어이없게 태세를 바꾸는 핵심 등장인물에 몰입하기 힘든 건 억지 반전에 해당하는 것이라 치명적. 이제 슬슬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성격을 바꾸는 선택이 남은 듯 하다.

장점 만큼이나 단점이 분명한 독특한 B급 액션 영화 신작. 특유의 액션 스턴트 과잉과 새 시도가 재미있지만 얘기는 설정 한계에 붕괴할 기미가 보인다. 캐릭터 매력으로 어느 정도 수습하고 있는 한계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시리즈 결말이 될 듯. 하지만 최소한 다음 편까지는 기존 팬을 끌어 들일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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