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베놈 (2018) / 루빈 플라이쳐 단평

출처: IMP Awards

인터넷 방송을 위주로 유명한 게릴라 언론인 에디 브록(톰 하디)은 결혼을 약속한 변호사 여자친구 앤(미셸 윌리엄스)이 주고 받은 업무 메일을 통해 일급 벤쳐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치부를 알게 된다. 불법적인 정보를 이용해 파혼 당하고 직장도 잃게된 에디는 방황하다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내부 고발자 도라 박사(제니 슬레이트)의 제보를 받고 실험실에 침투하고, 여기서 외계 생명체의 숙주로 있는 동네 노숙자와 만난다.

인간을 숙주로 잔혹한 수퍼 빌런이 되는 [베놈]을 주인공으로 각색한 활극 영화. 인류를 구하겠다는 사명감에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통제불능 기업가를 악당으로 개과천선한 악당과 엮이게 된 역시 착하지만은 않은 주인공을 다룬다. 대놓고 악당인데 어쩌다 더한 악당을 상대해야 하는 안티테제의 쾌감을 노리는 작품인데, 우려대로 마블판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되었다. 물론 근래 마블 계열 영화와 DC 계열 영화의 격차는 그대로.

살육을 멈출 수 없는 괴물 [베놈]이 반골 성향의 자유분방한 언론인과 어울려 티격태격하다가 적절히 말썽스러운 조합을 찾는 전개로 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직장을 잃은 직후까지는 반골끼가 있던 주인공이 괴물과 조우한 직후부터는 착하기 이를 데 없고, 괴물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어느 순간 갑자기! 지구인 전부를 위해 동족을 제거하려고 한다. 알고보니 순정 착한 애들이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판박이인데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맥락이 없다. 게다가 그렇게 적절한 숙주를 찾지 못해 죽어나갔던 심비오트가 어찌 그리 주인공과 주변 인텔리들에게는 잘 들어맞는지, 정체까지 밝혀지고 사람도 길거리에서 죽여버린 에디 브록은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앞뒤가 안맞는 전개투성이.

그나마 엉성한 영화에서 분투하는 톰 하디와 리즈 아메드로 앙상하게 남은 악당들의 싸움을 완숙에 이른 특수효과로 겨우 즐길 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엉망이 된 재료를 조미료 잘 섞어가며 겨우 살린 밋밋한 음식 같은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2018) / 김용화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저승사자로 49명의 영혼을 구하기 직전 자신들의 부활을 걸고 김 병장(김동욱)에게 원한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강림(하정우)에게 염라(이정재)는 수명이 다 된 혼을 거두지 못하게 막고 있는 성주신(마동석)을 제압하라는 임무를 준다. 강림이 김 병장과 재판을 받기 위해 지옥을 헤매는 동안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은 성주신과 담판을 지으려 한다.

저승과 저승사자, 성주신과 원혼에 이르는 불교에 영향을 받은 전통 신앙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신파를 조금 섞어 코미디와 활극으로 엮은 변종 영화. 전통 신앙을 차용하고 세계관을 구성한 것은 원작에서 대부분 가지고 왔고 상영시간에 맞추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은 작가가 이전까지 성공했던 한국적 장르의 틀을 따랐다. 원작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길고 살리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은 까닭에 전개가 빠르고 거칠다. 저승 파트는 억지로 이야기를 밀어내며 (나쁜 의미로) 일직선 형식의 게임 같고, 이승 파트는 (저승 파트도 그렇지만) 어색한 설명을 배경에 깔고 쉴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직설적인 설명이 많은데 대사의 질도 배우의 호흡도 좋지 않다보니 이야기를 느끼기 어려워 주입할 뿐이고, 넘치는 설명 사이에 끼어있는 생각과 해석은 얇팍해 엉성함을 더한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특수효과가 볼거리이기는 한데, 기술에 함몰되어 너무 과하고 (랩터 등장씬처럼) 산업적인 욕심이 과한 장면도 많아 허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공했기 때문에 역대 대형 흥행작 중에 영화적으로 가장 쳐지는 목록의 수위를 다툴 만하니, 대중의 방향이란 예상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 반면, 천만 넘는 영화 목록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무척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배우로는 (자신을 연기하는) 마동석과 (어색한 유머를 담당한) 해원맥이 손해를 본 편이나 시나리오 다른 쪽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라 크게 아쉬울 일은 없겠다. 오히려 대신 분량을 충분히 받았으니 만족스러울 듯. 어색하긴 한가지인데 전형적인 대사와 톤을 고수할 수 있게 된 이정재와 김명곤, 이경영이 배우 기본기로 선방했다.

압축이 필요할 만큼 많이 가져온 원작, 넘치다 못해 맥락을 잃는 특수효과, 유치한 식견에 기반한 엉성한 대사까지 과잉으로 일관하는 범작. 하지만 일관성 있게 뚝심 있는 영화인데다 좋은 배우들과 탄탄한 프로덕션이 함께 하여 최소한 자신이 원한 방향을 정확하게 밀어붙인다. 과잉으로 점철한 영화에 남아있는 힘이 존재를 증명하는 작품.


탑건 (1986) / 토니 스콧 단평

출처: IMP Awards

인도양에서 작전 중인 항공모함의 미해군 소속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은 유일하게 미그 28기와 교전해 본 경험자다. 조종사 중에 뽑혀 최고의 파일럿을 육성하는 [탑건] 스쿨에 간 매버릭은 최고의 실력을 지녔지만 자신보다 정통 경력을 밟은 아이스맨(발 킬머)과 라이벌 관계가 되고, 교관으로 합류한 찰리(켈리 맥길리스)와 묘한 감정을 나눈다.

미해군 조종사 상급 양성소를 배경으로 한 청춘극. 배경을 미해군 조종사 학교로 소재를 냉전 시대 미군 조종사로 다루었을 뿐,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라이벌과 선의의 경쟁을 나누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다가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고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거나 춤을 추거나 경찰이거나 한 여러 변주의 한 가운데 있는 작품. 지금이라면 심심하기 쉬운 직선적인 전개를 80년대 미국의 풍요로운 분위기와, 손쉽게 악당으로 감정 빼고 그려낸 미그기와 대치해 여전히 매력적으로 담아냈다. 다시 보기 힘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매력을 갖춘 젊은 영화.

대부분이 젊고 섬세한 연기보다는 틴에이저의 연장선 상에 있는 전형적인 인물을 표현하는데 80년대 기술 티가 진하게 나는 화면과 녹음이 함께 하니 고풍스럽고 흥겹다. 여기에 무려 30년도 전 톰 크루즈의 CG 같은 외모와 야성이 만개하기 전 날렵한 발 킬머의 모습이 시대의 흐름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세대 차를 느끼기에는 신인으로 참여한 멕 라이언도 한 몫 하지만 30년 넘게 현역에서 관록이 쌓여 가는 과정을 목격한 스타의 초기가 젊은 모습과 별개로 영화의 시대를 느끼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전형적이지만 젊고 여전히 생생한 80년대만이 가능한 변종 성장 영화.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