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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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2019) / 이한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민변에서 일하다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로펌 대표변호사에게 들어온 국선변호인을 맡는다. 헌신적으로 일한 가정부가 살해 용의자가 된 상황에서 유력한 목격자가 자폐를 앓고 있는 지우(김향기)라는 것을 알게된 순호는 지속적으로 지우와 친해져 증언대에 세우려고 한다.

유일한 증인이지만 자폐증이 있는 소녀를 중심으로 반대편에서 사건을 맡은 변호사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추리극의 틀을 갖춘 법정극으로 풀어낸 영화. 주인공 배경 자체가 민변에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로펌에 들어간 상황이라 영화의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야기 얼개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뻔한 내러티브를 잘 풀어낸 영화가 그런 것처럼 자폐라는 소재를 꼼꼼하게 취재하고 이야기의 핵심에 잘 녹이는 방식으로 존재의미를 찾는 잘 만든 상업영화.

예상가능한 이야기에서도 지우가 상처를 받았다가 성장하며 법정에 서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고, 하이라이트에서도 자폐의 특징을 잘 활용해 나무랄 데 없이 풀어냈다. 비범하지는 않지만 말끔하게 쓴 시나리오를 정석대로 연출한 솜씨가 좋다. 여러모로 김향기의 탄탄한 연기력에 기대는 영화. 또다른 주인공 순호 역시 더 폭발적인 포인트가 없지 않았지만 무난하게 연기했다. 다만 정우성 자체가 민변과 로펌을 왔다갔다 하는 평범한 변호사를 맡기에 너무 초인적인 외모…였는데 상대역이 송윤아라 어느 정도 납득.

연기는 김향기에게 빚이 있지만, 소품을 흥행작으로 만드는데 정우성의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필모그래피를 얻은 스타와 대중에게 다가설 기회를 얻은 영화 모두 윈윈이라 할 수 있는 잘 빠진 소품.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 안소니 루소 + 조 루소 단평

출처: IMP Awards

타이탄에서 타노스(조쉬 브롤린)를 막는데 실패하고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타노스에게 전우주 생명 절반을 잃은 후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긴급 요청을 듣고 합류한 캐롤 댄버스(브리 라슨)는 전투 후 표류하고 있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네뷸라(카렌 길런)를 구해낸다. 살아남은 [어벤져스]는 아버지 타노스의 위치를 짐작하는 네뷸라와 캐롤 댄버스의 도움으로 타노스를 찾아가지만 원래 상태로 우주를 복구하는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5년이 지나 가까스로 양자 영역에서 돌아온 스콧 랭(폴 러드)와 만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와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전우주 생명 절반을 없애는데 성공한 타노스에 맞서 동료를 잃고 작전에 실패한 충격적인 결론의 전편에서 이어지는 속편. 전편이 3개 파트로 나눠지며 슈퍼빌런과의 거창한 대결을 펼치는 왕도적 전개로 흐르다가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예측을 빗나가는 반전으로 마무리한 [제국의 역습]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케이퍼물의 틀을 빌려 비선형적인 이야기로 흐르다가 전형적인 대결전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엑설런트 어드벤쳐]와 [제다이의 귀환]을 합쳐놓은 것 같은 영화다. 전편이 [제국의 역습]처럼 전형적인 활극 내러티브에 마지막 변주로 포인트를 준 영화였다면, 속편은 전혀 다른 장르를 가져와 마무리를 제외한 전체 이야기를 전형적인 활극과 다르게 비틀어 완성한 독특한 작품.

실험적이라면 실험적인데, 내러티브의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SF 설정 자체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최소한 못을 박고 있는 유니버스 –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에서 세계관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타협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과거를 바꿨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면 차원 분기를 막을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마지막 캡틴의 귀환을 비롯해 몇몇 상황은 이미 유니버스를 유지하기에는 멀리 온 것이 아닐지? (이마저도 다음 이야기를 위한 떡밥이라면 마블 작가 군단의 위대함을 몰라본 범인의 한계일 것) 다만 섬세하게 따지기엔 등장인물의 매력과 이야기의 박력이 앞서는 영화고, 벌어지는 상황 자체에 10년을 넘게 끌고온 시리즈에 대한 헌사와 자기 인용이 가득해 애정이 있는 관객에게 SF 설정은 작은 아쉬움일 뿐이다.

엄청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시리즈 다른 영화를 보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든 영화다. 이미 시리즈에서 사라진 인물이 수시로 등장하고 세계관 전반과 전작을 모른다면 만끽하기 어려운 상황 유머와 자기 오마주가 넘쳐난다. 사실상 10년 넘은 시리즈 주요 등장인물을 거의 대부분 활용하고도 활극의 거창한 이야기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각본을 맡은 작가진의 솜씨를 칭찬하기 충분하다.

예상한 대로 지난 10년을 이끈 핵심 등장인물이 충분히 영웅적인 모습으로 퇴장한다. 그동안 즐기면서 배역에 몰입했을 주역진의 애정과 집중이 놀라운 영화. 이정도로 시끄러우면서도 거창한 영화를 다시 즐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마무리를 해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헐리웃 대자본의 이상적인 신화.


사바하 (2019) / 장재현 비평

출처: 다음 영화

사이비 종교를 추적하는 사설 연구소를 운영하는 박 목사(이정재)는 강원도에 있는 불교 계열 종교를 추적하고, 학교 후배인 해안 스님(진선규)의 힌트로 법당의 비밀공간에서 경전을 찾아낸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큰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박 목사는 사이비 종교의 뒤를 추적하다 일제시대 신이 되었다는 수준의 명성을 얻은 김제석(정동환)이 관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교와 기독교, 사이비 종교를 엮어 정교한 플롯으로 조립한 스릴러. 영화 오프닝과 초반부 분위기는 오컬트물 분위기가 강한데 막상 전개는 댄 브라운 풍의 종교 신비주의를 소재로 한 추리물이다.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나 방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맞춘 소재, 세계관에서 충돌하지만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인물 배치까지 작가가 전작에 이어 오컬트 계열 장르물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한국식으로 소화할 줄 아는 재능을 지녔는지 여실하게 증명하는 작품.

기독교풍으로 손질한 저주 받은 쌍둥이를 밀교 계열에서 파생한 것 같은 김제석 계와 반대 지점에서 만나게 하고, 사이비 종교를 추적하는 주인공은 막상 믿음을 잃은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계산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는지 알 수 있다. 분위기 만으로 압도적인 핵심 배우는 스포일러 때문인지 포스터에서도 이름이 빠졌고, 이정재와 박정민은 근래 필모그래피처럼 믿음직한 연기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반면 정진영은 이름값에 비해 비중이 적어 놀라운 편.

오컬트물을 한국적으로 성공적으로 각색한 전작에 이어 불교 계열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삼은 뒷편에서 독창적인 스릴러를 만들어낸 작가의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 씹어버린 신작. 전작보다 알기 쉬운 플롯은 아니라는 점에서 흥행은 밀릴 수 있으나 영화적으로는 훨씬 높은 성취를 이뤘다. 한국 종교 스릴러의 전무후무한 지점을 개척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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