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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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도 (2017) / 안드레 외브레달 단평

출처: IMP Awards

시골마을에서 장의사 겸 부검을 하는 부자에게 가족이 몰살 당한 집 지하에서 발견한 의문의 사체를 보안관이 맡긴다. 사체 부검에 들어간 부자는 겉으로는 아무 상처도 없는 시체 속은 멀쩡한 데가 거의 없다는 점에 놀란다. 부검 경과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부검의를 대를 이어 하고 있는 가족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한 공포물. 세일럼의 마녀사냥을 배후 사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오컬트 물로 볼 수 있겠다. 영화 중반이 넘어서면 짐작할 만한 세일럼 사건이야 새로울 것이 없고 실제로 영화도 중반을 넘어가면 신인감독이 솜씨 좋은 연출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흔한 공포물이지만 부검을 소재로 삼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물론 제한적인 예산과 고립된 무대, 최소한의 배우와 조명으로 조직한 시퀀스도 수준급이다. 좋은 장르물이 독특한 소재로 개성을 얻는 황금율을 발휘한 공포물.

영화를 공포물로 꾸릴 만한 합당한 이유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 오컬트 물에 비해, 영화에서 펼쳐놓는 진상은 한국이나 일본 공포물에서 많이 써먹는 한풀이에 가까운 것이라 생소하다. 물론 별관계 없는 주인공들이 죽어라 고생한다는 점에서는 헐리웃의 공포물 클리셰와 다르지 않지만.

저예산의 한계를 아이디어와 참신한 소재로 돌파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헐리웃 입성) 신인 감독의 솜씨 좋은 공포물. 야심적이지는 않지만 장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능란하게 활용하는 영화다. 속편이 나올 영화는 아닌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할 만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 (2017) / 원신연 단평

출처: 다음 영화

한 때 한번도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이었던 김병수(설경구)는 딸 은희(김설현)와 살아가는 홀아비다. 알츠하이머로 직업이던 수의사도 그만 둔 병수는 안개가 짙은 길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차주인 민태주(김남길)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의 범인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전직 연쇄살인범이 지금 한창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연쇄살인범을 알아채지만, 수시로 기억을 잃는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딸을 노리는 것을 알아채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 원작부터가 스릴러 요소가 다분한 소설이었는데, 영화는 예상대로 장르적인 각색을 거쳐 본격적인 장르 스릴러로 다듬었다. 많은 부분을 바꿨지만 기본적으로 원작이 장르적으로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추고 있던 덕에 잘 빠진 스릴러 범죄물이 되었다. 원작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핵심 플롯을 바꿨기 때문에 실망할 만한 소설팬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납득할 만큼 무리 없이 영화로 엮어 납득할 만 하다.

이야기 전개나 완급은 빠지지 않는 대신에 영화로 바꾸며 남겨놓은 원작의 요소가 별로다. 1인칭 시점의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주인공의 나래이션을 좀 더 줄였더라면 영화적으로 훨씬 좋았을 것이다. 원작의 설정을 바꾸며 어색해진 병수와 태주의 관계도 거슬리지만, 달라진 결말을 감안하면 역시 이해할 만한 수준.

원작의 대중적인 요소를 잘 각색한 잘 빠진 스릴러 영화. 좋은 배우와 균형이 잘 맞는 시나리오가 날렵한 영화를 만들었다. 야심적인 영화도 아니고, 원작만큼 개성이 있는 작품도 아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꾸려냈다는 점에서 인정할 만한 좋은 각색물.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 / 뤽 베송 단평

출처: IMP Awards

알파 우주정거장의 연방요원 발레리안(데인 드한)과 로렐라인(카라 델러바인)은 유일하게 남은 희귀동물 컨버터를 되찾아 오는 임무를 마친 뒤 사령관(클라이브 오웬)의 경호를 맡는다. 정체불명의 일당에게 사령관이 납치당하고, 뒤를 쫓던 발레리안이 통신이 미치지 않는 레드존으로 사라진 후 로렐라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색에 나선다.

인류가 우주정거장에서 외계인과 만난 후 몇백년이 흘러 함께 살게된 세상에서 행성이 없어진 사건 배후에 있는 음모를 쫓는 연방요원의 모험담을 다룬 SF 영화. 극도로 발전한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만화처럼 화사하지만 자연스러운 배경을 꾸린 솜씨가 좋다. 영화화 한 [틴틴]처럼 옛스러운 낙천주의와 발랄함을 요즘 영화로 옮겼을 때 신선함이 좋은 영화. 어둡고 진지한 배역을 많이 맡았던 데인 드한의 가벼운 연기와 카라 델러바인의 이국적인 외모을 잘 활용했다.

영화 자체는 원작 만화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게 보기 힘들 만큼 전개가 완급조절 없이 너무 빠르고 정신 없는데다, 저학년 애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서는 먹히지 않을 만큼 고증이나 논리적인 구성도 허약하다. 넘치다 못해 잉여로운 특수효과와 안이한 외계인 디자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측가능한 수준을 넘지않는 이야기와 등장인물까지 대규모 자본과 일급 제작진이 투입된 영화라서 무마한 수많은 약점과 허술함이 즐비한 영화. 요즘 스타일로 각색할 생각이 없었다면 작가가 자기 추억에 젖어 관객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고, 각색한 결과가 이렇다면 그동안 [레옹]과 [제5원소]로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비슷한 접근을 한 [제5원소]도 일차원적인 주제의식이 독특한 등장인물과 개성 있는 분위기와 잘 어울려 독창적인 영화가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세월을 작가의 감각이 이기지 못한 듯도 하다.

보는 재미는 나쁘지 않지만 원작에 대한 애정이 없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관객에게는 유치할 수 밖에 없는 고전풍 고루한 SF 각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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