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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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 (2018) / 라이언 쿠글러 단평

출처: IMP Awards

아버지의 죽음으로 왕위를 물려받은 티찰라(채드윅 보스먼)는 부족의 원수이자 비브라늄을 밀거래 하는 악당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를 쫓다 아슬아슬하게 놓친다. 하지만 율리시스의 시체를 가지고 와칸다로 들어온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가 등장해 티찰라에게 왕위를 건 대결을 제안한다. 티찰라가 결투 끝에 지고, 왕위와 [블랙팬서]의 자격을 쥔 에릭은 전세계 흑인들에게 와칸다의 무기를 제공하려 한다.

선대의 죄를 아들대의 두 유사 형제가 대결하며 해소하는 전형적인 왕위 싸움 정치극을 중심에 두고 고전 본드무비 스타일의 하이테크 첩보 활극을 액션의 형태로 잡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기괴한 조합의 비밀 왕국 와칸다를 무대로 한 미국식 판타지. 흑인에 대한 인종 해방을 묵직한 주제로 배치하고 개인적인 원한과 대의명분을 갖춘 악당을 내세운 각색은 성공적이다. 사실상 같은 구도의 이야기 였던 [토르] 첫번째 편과 비교하면 긴장감과 박력이 훨씬 살아있다. 인상적인 데뷔였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만큼 흥미롭지는 않지만, 표범 같은 동작을 활용한 액션 시퀀스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너무 많이 소비하긴 했다.) 그동안 MCU의 장점이었던 메타장르 영화 같은 각색이 능란한 수준에 오른 결과물.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토르] 첫번째 편보다 나을 뿐 범작 수준인데, 와칸다의 배경에 대한 황당한 설정과 에릭과 티찰라의 결투가 늘어지고 설득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릭에게 패배한 티찰라가 악당 같은 분위기 이외에는 아직 실정을 하지도 않은 에릭에게 반기를 드는 상황은 그나마 가까스로 이해해 줄만 하다면, 과학 발전에 교류가 가진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와칸다 설정은 도저히 봐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차피 MCU 모든 영화에 과장과 픽션이 섞여있지만 용인의 한계선까지 간 영화. 영화에서 와칸다를 통해 그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짬뽕 묘사나 흑인 해방에 대한 피상적인 설명은 영화의 톤과 지향점을 생각할 때 (특히 이 영화만) 받을 비판은 아니다.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준치로 뽑아낸 세계관과 기획팀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신작. 더 흥미로웠을 부분이 많으나 화제를 많이 낳은 정도에서 만족해야할 범작.

+1) 대체 캡틴은 어디에 있기에 코빼기도 안비치는 것인가?

+2) 왕위를 물려받을 때 환상 장면에서 [캣피플]을 연상한 관객은 나 뿐인가?


12 솔져스 (2018) / 니콜라이 펄시 단평

출처: IMP Awards

그린베레 팀장이었다가 참모 발령을 받은 미치 넬슨(크리스 햄스워스) 대위는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신이 함께 했던 팀을 다시 모아 아프가니스탄에 가겠다고 상부에 요청한다. 은퇴를 앞 둔 부관 스펜서(마이클 섀넌) 준위 역시 전역지원서을 미루고 팀에 합류한다.

알 카에다 제거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초창기 투입된 그린베레 대원 중에서 현지 군벌과 훌륭한 팀웤을 이뤄 짧은 시간에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룬 그린베레 부대의 작전 과정을 다룬 영화.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충격을 받아 참전하고, 현지에서 고생 끝에 신의를 얻어 임무를 마무리 하는 과정을 교과서적으로 영화화 했다. 워낙 팀원 사이의 믿음이나 개인의 의자 차이가 적고, 현지 등장인물도 선악 구도가 명확한 편이라 해석의 여지가 적고 심심한 영화. 현지와 당시 상황에 대한 고증과 묘사가 꼼꼼한 점이 볼 만하고, 명쾌하지만 단순한 이야기는 나쁘지 않지만 재미가 덜하다.

반면 강인하고 영리하지만 단순한 인물에 크리스 햄스워스와 경험 많은 부사관에 마이클 섀넌이 제법 어울린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심심하고 고전적이며 욕심이 별로 없지만, 시대의 한 지점에 있었던 전장을 꼼꼼하게 묘사하는 성실함이 돋보이는 범작.


맨헌트 (2017) / 오우삼 단평

출처: DramaPanda

실력을 인정 받은 국제 변호사 두취(장한위)의 집에서 미모의 여성 키코(타오 오카모토)가 살해되고, 유력한 용의자인 두취는 체포 중에 도주한다. 그를 쫓던 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점차 두취가 진범이 아니라는 심증을 얻는데, 과거 두취와 좋은 기억이 있던 암살자 레인(하지원)에게 두취 암살 지령이 떨어진다.

음모에 살인자로 쫓기는 변호사가 구군분투 끝에 누명도 벗고 뒤에 숨어있던 거악을 처치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클리셰로 점철한 이야기에 뻔한 전개, 인장처럼 선명한 작가의 스타일이 담겼는데, 도저히 봐줄 만한 구석이 없다. 이야기는 맥락이 없이 한심하고, 전개는 우연을 엉성한 액션으로 덮기 급급하며, 캐릭터는 여물 시기도 없이 파편처럼 흩어진다. 마치 자신을 흉내낸 대학 초년생 영화학도들의 키치적인 팬영화처럼 만든 노장 감독의 작품이 정말이라면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도 남을 졸작. 도저히 과거 홍콩 느와 시대를 지배했던 오우삼의 이름을 찾을 수 없는, 쓰레기의 끝단에 있는 영화다.

뭐하나 봐줄 것 없지만, 우연히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딸 캐스팅은 정말 엉망이어서 [대부3]나 [애프터 어스] 같은 영화마저도 착시로 칭찬할 수 있을 정도. 근래 영화가 좋지 않았지만, 어쩌다 이정도까지 망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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