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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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2017) / 봉준호 단평

출처: IMP Awards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위해 전세계 20여개 국에 유전공학으로 만든 슈퍼 돼지를 10년 동안 사육하게 한 미란도 기업의 총수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2017년에 슈퍼 돼지 컨테스트를 연 후 대대적인 생산을 하려 한다. 한편 한국 시골에서 슈퍼 돼지 [옥자]를 기르다 형제처럼 정이 든 미자(안서현)는 자신의 돼지를 가져간 미란도 기업을 찾아 서울로 향한다.

유전공학으로 만든 인공 생명체를 아끼는 순수한 소녀가 자신의 강인한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인공돼지 [옥자]를 구해오는 과정에서 서로 성장하는 이야기. 한국을 배경으로 [E.T.]와 같은 개요로 영화를 찍으며 활극 사이에 다국적 농산물 기업의 기업형 목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섞었다. 전개가 일직선이고 예측가능 하지만 완급조절이 좋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연기가 명확해서 이야기가 날렵하고 박진감 있다. 헐리웃 기술을 빌렸기 때문인지 [괴물]때보다도 일취월장한 [옥자]의 자연스러운 액션 시퀀스가 돋보인다. 묘한 톤으로 섞은 비판적 시선도 작가의 인장처럼 선명하다.

여러모로 잘 만든 영화이고 필요없이 화려하지 않아 절제가 돋보이긴 하는데, 영화의 비판이 깊이 있는 수준까지 들어가지 않아 표면적이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단선적이라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한국의 현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때 현장감이 가려줬던 작가의 약점이 모호한 배경과 설정,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로 풀어내다 보니 알몸으로 드러난다. 영화 자체가 묵직해 깊이를 가장할 수 있었던 전작 [설국열차]에 비해 가벼움과 강한 개성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평범한 신작. 기업형 목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정면으로 다뤘으면서 영화를 보고난 후 돈육 가공품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면 묵직함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 인물이 전형적이고 깊이가 없는데 좋은 배우들이 괴력으로 무게를 부여한다. 상징적 인물에 가까운 루시와 자니 윌콕스는 그렇다치더라도 우아한 보스 역할의 폴 다노가 돋보인다. 오히려 주변 인물의 전형성이 주역인 미자를 돋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큰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개성이 선명한 대신 약점도 선명해진 범작. 가공의 이야기를 꾸미며 표피적으로 다룬 주제가 깊이 있는 감상을 방해한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정말 있어만 보여 심심한 영화.


더 서클 (2017) / 제임스 폰설트 단평

출처: IMP Awards

수도회사에서 전화상담원을 하던 메이(엠마 왓슨)는 IT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애니(카렌 길렌)의 소개로 [더 서클]에 입사한다. 자유분방하고 복지혜택도 좋은 직장에 만족하던 중 회사 CEO 베일리(톰 행크스)는 신제품 ‘시서치’를 소개한다.

첨단 인터넷 기업 구글과 페이스북을 모델로 한 가상의 회사 [더 서클]을 무대로 모든 개인의 정보를 모아 분석해 이익을 얻으려는 거대 기업의 음모와 여기에 엮여 차츰 개인의 삶이 위협 받는 주인공을 다룬 스릴러. 한창 야후가 성공하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를 모사한 스릴러 [패스워드]와 유사한 영화다.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고 인터넷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유력 인터넷 기업에 대해 합리적인 공포를 소재로 이야기를 꾸며 특히 초반부 흡입력이 좋다. 밝고 자유분방하지만 SNS에 정량적 평가 방법에 중독된 듯한 구성원에 대한 묘사도 좋은 편. 다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중반부 이후부터 전개에 무리수가 많고, 개인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가치관과 벗어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까지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자기희생으로 볼 수 있는 마무리의 연출이 어색해 강렬함이 남지 않는 것.

참신한 소재는 아니지만 이야기로 꾸민 솜씨는 나쁘지 않다. 잘 어울리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특히 가장 많은 분량을 맡은 엠마 왓슨은 연기 톤과 스타일을 감정과 상황 변화에 맞춰 계속 바꿔간다. 악당에 해당하는 CEO 역할로 톰 행크스를 캐스팅한 것도 [패스워드]의 팀 로빈스와 비슷한 선택. 하지만 흥미로운 초반부를 벗어나 이야기에 힘을 싣지 못하는 연출이 매우 아쉽다. 원작을 읽지 않아 얼마나 충실한 각색인지 모르겠으나 영화로는 많이 빠지는 스릴러다.


리얼 (2017) / 이사랑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카지노 시에스타를 개장한 장태영(김수현)이 자금 문제로 중국계 폭력단 두목 조원근(성동일)에게 권리를 뺏길 위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자 장태영(김수현)이 접근해 동업을 제의한다. 돈이 급한 장태영은 다른 장태영의 합작에 동의하지만, 이상한 분위기에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상대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줄거리가 있기는 한데 거의 의미가 없이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파편처럼 이어지는 기괴한 영화. 어떨 때는 데이빗 린치 영화 같다가 이야기는 한심하고, 대규모 자본과 스타를 기용했지만 맥락을 알 수 없이 소모하는 희대의 괴작이다. 너무나 이상하고 구려서 씹기 보다는 컬트팬이 생기는 [클레멘타인]의 뒤를 이을 유력한 영화. 영화 자체가 약 빨고 사실 구분 못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인데, 관객도 영화를 보고 나면 환각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목표에 충실하다 하겠다. 영화라기 보다는 합성마약 같은 존재.

주연이자 압도적인 비중을 갖춘 김수현의 분전이 더욱 이상하다. 섹스어필로 소모했지만 최진리의 존재감이 훌륭하고, 기괴하고 밑도 끝도 없는 등장인물을 그럴 듯 하게 연기한 이성민과 성동일의 내공이 돋보인다. 단지 그 뿐. 평가하기에 인간의 의식이란 너무 미약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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