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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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7) / 이안규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범죄조직 합법화를 위해 합병 대상과 방해가 되는 검사를 구슬리던 중간보스 현정(김혜수)은 협박을 하던 최 검사(이희준)가 행동대장 상훈(이선균)에게 보스 김 회장(최무성)이 아들(김민석)에게 합법화한 조직을 물려주려 한다는 이간질에 당해 상대 조직에 붙잡힌다. 사실 현정에게 연심이 있던 상훈은 김 회장을 죽이고 조직을 장악하고, 도망친 현정은 김 회장의 아들을 수습해 도망치려 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았지만 능력이 탁월한 중간보스와 조직의 핵심 주변인물이 강력한 외부인이 끼어든 내전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범죄극. 약간 어긋난 타이틀롤을 맡은 창녀 출신 여자 중간보스와 그와 계속 함께 했기 때문에 연심을 품고 있는 행동대장 사이의 어긋나는 감정과 이를 정상적으로 보듬을 수 없는 악당들의 주변 환경이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사실을 포기한 갱스터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클리셰 투성이 영화에 주역을 여자로 넣어 독자적인 분위기를 꾀했는데, 공허한 스타일만 남은 게 같은 해 개봉한 [악녀]를 보는 것 같다. 그나마 액션 시퀀스와 독보적인 스타일은 남은 [악녀]에 비해 남자여도 상관 없을 가까스로 평범한 갱스터물에 안이하게 여자로 교체하니 거창한 도입부와 컨셉이 아깝게도 남은 것이 거의 없다. 특히 어차피 사실적일 수 없었던 엔딩 시퀀스에 그나마도 장르 관성을 답습한 결과물은 평범한 선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영화를 저 아래로 떨어트린다. 올해 압도적으로 공허한 엔딩 시퀀스로 유명한 [리얼]이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

전반적으로 좋은 배우를 낭비하는 영화인데, 특히 타이틀롤 김혜수에 대한 낭비가 심하다. 클리셰 만으로 구성한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앙상하기 짝이 없는 인물의 한계가 영화 전체를 잡아먹는다. 그나마 얄팍한 배역이 클리셰와 어울린 이선균은 조금 덜 하지만 대사 때문인지 연출 때문인지 아니면 기술이 좋지 않아서인지 딕션이 종종 샌다. 반가운 얼굴 안소영도 아까운 까메오 수준.

낭비가 심하고 공허한 졸작. 욕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흔적을 찾기 어렵다.


암흑가의 세 사람 (1970) / 장 삐에르 멜빌 단평

출처: Movie Poster Shop

복역을 마치고 나오며 간수에게 구미가 당기는 보석털이 제안을 들은 코레이(알랭 들롱)는 호송 열차에서 탈출한 보겔(지앙 마리아 볼롱테)과 우연히 만나 함께 작업을 하기로 한다. 명사수가 필요한 둘은 전직 경찰이었던 얀센(이브 몽땅)을 끌어들여 한팀이 된다.

모르는 사이였던 세사람의 범죄자가 보석털이를 위해 한팀이 되었다가 역시 그 중 한명을 추적하던 경찰에게 최후를 맡는 범죄물. 원제는 운명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인연을 뜻한다고 한다.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장엄한 범죄극을 다루는 영화인데 핵심 등장인물이 우연한 기회에 필연처럼 만나는 과정이 색다르다. 당시에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많이 찍었던 알랭 들롱은 이미지를 소모하는 느낌이 강했을 법한데, 시간이 지난 지금 보기엔 이 시대 영화의 아이콘 같은 느낌.

세사람이 한팀이 되고 보석상 털이에 성공하는 과정과 총격적으로 끝나는 종결은 장르의 선형을 따라 특별하지 않는데, 근래 헐리웃 영화에서 보기 힘든 분위기와 리듬이 독특하다. 대신 시간이 많이 흘러 빛이 바랜 시퀀스와 갑작스러운 전개, 의미를 찾기 힘든 장면이 많아 선구자의 영화사적 의미 이상을 찾기기 힘든 것도 사실. 비슷한 시대의 다른 영화도 몇편 본 편인데 그 때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지 않았던 것은 개인적으로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영화가 가진 유난난 철지남일까. 시대를 넘는 무게를 기대했던 이름값이 아쉬운 관람이었다.


러브 (2015) / 가스파 노에 단평

출처: IndieWire

파리에서 오미(클라라 크리스틴)와 아이를 하나 둔 부부로 살고 있는 미국인 머피(칼 글루스먼)는 과거 연인이었던 엘렉트라(아오미 뮈욕)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딸이 몇달째 연락이 안되어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머피는 주변에 엘렉트라를 수소문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 그 와중에 엘렉트라와 헤어진 2년전을 회상한다.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는 방식을 통해 과거로 가며 한 연인이 사랑에 빠졌다가 연애를 하고 결국 헤어지는 과정을 서술한다. 회상에 따라 과거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식은 작가의 전작 [돌이킬 수 없는]과 비슷한데, 형식적으로나 소재로나 훨씬 덜 자극적이고 여유 있다. 과거로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심정을 복기하는 전작에 비해, 이 영화의 회상은 찌질한 연인들이 평범하지만 푹 빠졌다가 별것 아닌 이유로 싸우기도 하는 과정이 사람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에 집중한다. 섹스와 마약에 지나치게 탐닉하고, 자유분방한 예술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며, 자신에 대해 과도한 포장을 하고 있는 찌질한 인물이 파리를 배경으로 벌이는 연애담이 전혀 관계 없는 관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 영화가 연애의 본질적인 부분을 잘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렬한 장면과 형식적으로 잘 계산해 배치한 플롯이 여전히 훌륭한데, 스타일이 앞서고 이야기가 공허한 약점 또한 여전하다. 거기에 유럽식 작가주의의 그림자가 좋게 나쁘게 모두 남아있어 강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관객 취향을 탈 영화. 적나라한 묘사를 피하지 않는 강한 자의식이 빛나는 개성과 동시에 관람의 허들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사랑에 대한 작가의 해석에 모두 동의할 수 없지만, 분명히 사랑과 연애의 보편적 한 면을 정확하게 짚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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