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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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2019) / 김윤석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불륜 관계인 미희(김소진)가 임신한 것을 알게된 대원(김윤석)의 딸 주리(김혜준)는 미희가 운영하는 식당에 갔다가 미희의 딸 윤아(박세진)를 만난다. 알고보니 같은 학교 동기였던 두사람은 알게된 상황이 그래서인지 사이가 나쁘고, 둘이 다투는 와중에 윤아는 주리의 핸드폰으로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한다.

불륜녀와 아이까지 가졌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찌질한 중년 남자와, 불륜 때문에 서로를 알게된 네 여자가 엮인 소동극. 스타 지명도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는 연출 겸 출연작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4명의 여성으로 하나 같이 [미성년]에 머무르고 있는 영화 속 남자들 덕분에 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의 위치에서 더할 나위 없이 성숙한 사람들이다.

고교생 아이가 있지만 불륜에 대해 로맨틱한 감정을 가진 여사장이나 남편의 불륜을 알고 감정이 흔들리는 전업주부, 학교에서는 문제아에 가깝지만 독립적인 딸과 모범생에 가까운 또다른 딸. 각자의 영역을 선명하게 그리면서도 소동극 한복판에서 촘촘하게 인물을 그려내는 연출과 연기가 일품이다. 잘 만든 드라마가 그런 것처럼, 별것 아닌 에피소드를 쌓아 눈을 뗄 수 없이 빈틈 없는 이야기를 엮을 줄 안다.

비중으로 보면 주인공인 두 여고생들 연기가 아주 좋지만, 삶의 굴곡을 연기의 디테일을 통해 선명하게 그려내는 중견 여배우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둘 다 대단하지만 아무래도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소진보다는 미스코리아 출신 스타 탤런트 경력에서 벗어나 연기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염정아가 경력에 많은 도움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훌륭한 배우에 앞서 얼마나 드라마와 인물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연출자인지 증명하는 수수하면서도 야심찬 데뷔작.


바이스 (2018) / 아담 맥케이 단평

출처: IMP Awards

고향 남부에서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잡역부로 일하던 딕 체니(크리스천 베일)는 오랜 여자친구이자 야심가인 린(에이미 아담스)의 자극에 정신을 차리고 대학에 편입해 정치에 입문한다. 강렬한 젊은 의원 도널드 럼스펠드(스티브 카렐)의 보좌관으로 시작해 국방부 장관까지 해 정치인으로 훌륭한 경력을 쌓은 딕은 은퇴하지만, 장관 시절 대통령의 아들 조지(샘 록웰)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나서며 러닝메이트로 호출한다.

아들 부시 시대 미국 정치 역사항 최고의 권력을 쥔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영상, 블랙 코미디, 정치 드라마를 섞은 개성 있는 스타일로 그려냈다. 부통령 시절 뿐 아니라 입문기부터 딸이 출마하는 과정까지 긴 시간을 영화로 담아냈는데, 전작처럼 다양한 인물이 섞인 건조한 이야기를 경쾌하게 다루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내용 자체는 딕 체니와 네오콘과 관련해 알려진 이야기를 별다르게 새로운 취재 없이 광범위하게 엮었는데 전후 과정에서 사회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개성 있어 전작 못지 않은 묵직한 영화가 되었다.

건조한 나열과 경쾌한 편집이 이죽거리는 코미디 사이에서 독특한 리듬을 갖추는 영화인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간극을 훌륭한 배우로 채우는 게 재미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절대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답게 좋은 배우들의 캐리커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샘 록웰과 스티브 카렐은 묘기에 가까운 수준. 대중적으로는 훨씬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을 의도적으로 비중을 낮춰 영화가 집중하는 주제에 몰입하는 솜씨도 여전하다.

작가의 솜씨가 여전함을 증명하는 독특한 정치 영화. 중의적인 제목처럼 흘러넘치는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2019) / 존 와츠 단평

출처: IMP Awards

타노스가 우주의 생명을 절반으로 줄였던 영향으로 다른 차원의 괴물 엘레멘탈이 현재 지구에 나타난다. 상황을 알아보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과 마리아 힐(코비 스멀더스)은 괴물이 살던 지구에서 건너온 퀀틴 벡(제이크 질렌할)을 만나고,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간 피터 파커(톰 홀랜드)와 팀을 이뤄 엘레멘탈을 막기 원한다.

수퍼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책임감의 의미를 틴에이저 코미디로 변주했던 전편에 이어, 홀로서기를 하며 한 사람 몪 이상의 수퍼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틴에이저 여행물과 엮은 속편.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관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편의 영리한 전략을 잘 이어서 만든 속편. 이미 헐리웃 메이저 프랜차이즈로 3번이나 만든 캐릭터를 다른 시리즈와 구분할 만한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어리고 경쾌한 피터 파커로 각색했고, 서브장르 틴에이저물을 보기 좋게 차용해 녹여 넣었다. 동시에 세계관의 한축을 담당하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악당을 무게감 있는 배우를 기용해 구축했다.

더 젊은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를 기용해 어린 피터 파커와 균형을 맞춘 이야기에 해피 호건(존 파브로)과의 로맨스를 양념으로 넣어 놓고 꼼꼼하게 유머로 활용한다. 한편 틴에이저 여행물의 축을 담당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연애는 유럽 활극 사이에 넣어 놓았다. 이전 2번의 프랜차이즈에서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던 스파이더 센스를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제공한 인공지능과 장비를 이용해 미숙하게 묘사했던 전편의 묘사도 정교하게 이용해 본편에서는 [스파이더맨] 세계관과 ‘인피니티 사가’를 잇는 소재로 써먹는다. 거기에 헐리웃 특수효과 스탶의 자의식이 선명하게 들어간 등장인물 미스테리오는 능글능글한 배우의 연기력에 힘 입어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생활인 악당’의 전통을 구축했다. 근 10년 넘는 시간동안 거대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선보인 MCU 작가진의 대단한 노하우를 선명하게 증명하는 작품.

버릴 배우가 별로 없지만 악당으로 기용한 제이크 질렌할이 대단하다. 생활인으로써 심리적 장벽이 있는 독특한 인물을 주도면밀하게 연기한다. 한 장면의 충격으로만 따지면 전편에서 마이클 키튼의 프롬 파티 운전 씬만한 장면이 없는데, 미스테리오의 트릭 전후로 변화무쌍한 연기 전개는 제이크 질렌할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주목할 만큼 현란하다. 무엇보다 세계관과 정교하게 연결된 이유가 있는 그럴싸한 ‘생활인 악당’을 연기하면서도 전편과 정반대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이 놀랍다.

세계관의 마무리이자, 전편에서 만든 개성을 전통으로 잇는 신작이자, 독특한 개성을 갖춘 변종 장르 수퍼히어로물이자, 자체가 빼어난 액션 시퀀스를 갖춘 활극이기까지만 한 대단한 각본을 소화한 솜씨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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