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 F. 개리 그레이 단평

출처: IMP Awards

오랜 연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즈)와 쿠바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돔(빈 디젤)은 자신을 찾아온 사이퍼(샤를리즈 테론)를 만나고 비공인 임무를 홉스(드웨인 존슨)와 수행하던 중 배신한다. 노바디(커트 러셀)의 도움으로 팀을 조직한 홉스와 적이었다가 합류한 데커드(제이슨 스테이썸)는 사이퍼와 돔을 찾아 음모를 막으려고 한다.

이미 스포츠카를 몰고 하는 국제첩보 영웅담으로 변질한 지 오래인 시리즈 신작. “죽은 줄 알았던 레티가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2편 전 이야기부터 사실성이나 논리적 구성을 고집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신작은 정도가 좀 심하다. 그나마 악역의 존재 이유나 세계관 분위기는 유지하려고 했던 전작보다 훨씬 극단적인 장르의 끝까지 질주한 영화는 이제 [분노의 질주]만이 가질 수 있는 별도의 장르물이 되려고 한다. 알고 보니 악당도 착한 놈이고 더 큰 악당이 뒤에 있었고, 억지로 늘린 시리즈의 졸렬한 마감재를 죄다 끌어 모아 프리저 이후의 [드래곤볼]이나 관습만 남아있던 [스펙터]를 보는 것 같다. 끝내려고 했던 전편의 흥행에 속편을 만들었다는 소문처럼 억지로 늘린 티가 나는데다 별도 장르물로 진화한 영화의 자아성찰이 분명한 점이 오히려 재미있다.

억지로 늘렸지만 전성기에 비해 구린 것이지 나름의 급이 있던 [드래곤볼]이나 [스펙터]처럼 인기를 끌만한 독특한 시리즈의 매력은 여전히 남았다.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오랜만에 등장한 남미 개그 2인조나 뻔히 예상이 가능한 배역을 맡은 헬렌 미렌의 특별출연이 반가울 법하다. 전편에서 그리 서로 죽일 것 같았던 홉스, 도미닉과 데커드의 화해는 어색하고 어린애가 되어버린 듯한 오언의 등장은 개그에 가깝지만, 이제부터 [분노의 질주]만이 가능한 장르물의 길을 걷겠다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시리즈는 정체성을 찾아가던 탐색기에 해당하는 첫 세편과 제목을 재정비하면서 시작한 [Fast & Furious] 이후 등장인물을 보강하며 도움닫기한 이전 2편에 이어 3기에 진입한 셈이다.

영화적으로는 수명을 한계까지 써버렸지만, 독자적인 장르 줄기를 갖춘 변종 시리즈의 첫발을 딛는 비범한 영화. 별점이 의미가 없는 세계에 이르러 스포츠카의 스피드는 대머리의 우주로 도약한다.


미스 슬로운 (2016) / 존 매든 단평

출처: IMP Awards

워싱턴 D.C.의 1급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채스테인)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현재의 총기 법안을 무력화 시키려는 로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던 중 시민단체의 기부로 움직이는 경쟁회사 CEO(마크 스트롱)의 제안에 진영을 옮긴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강력한 로비력과 자금줄, 뒷 배경이 든든한 상원위원까지 불가능에 가까운 상대를 [슬로운]은 인간 같지 않은 전략과 수단을 사용해 역전에 근접한다.

법안 표결을 놓고 미국 정계의 로비스트가 벌이는 작업과 협잡, 대결을 바탕으로 꾸민 스릴러. 빼어난 실력을 지녔고 인간미도 없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돈도 안되는 법안 저지파에 선 선악이 모호한 주인공이 일품이다. 수싸움과 냉혹한 음모를 바탕으로 대사와 감정 싸움 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일품. 겉으로는 인간적인 부분 밖에 보여주지 않지만 속에는 인간적으로 흔들리는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연기하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력이 발군이다.

장르적인 쾌감을 갖췄으면서도 인물을 중심에 둔 묵직한 이야기를 펼칠 줄 아는 정치 스릴러. 장르의 만신전에 당당히 제목을 올릴 만한 작품이자, 배우로서 좋은 작품이 많은 제시카 채스테인에게 연기로 최고에 올려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강렬한 영화.


라이프 (2017) / 다니엘 에스피노사 단평

출처: IMP Awards

화성의 흙 샘플을 가져오는 전달선을 우주정거장에서 분석하던 휴(아리욘 바카리)가 ‘캘빈’이라고 이름 붙인 화성 생명체에게 습격을 당하고, 휴를 구해낸 조종사 로리(라이언 레이놀즈)가 죽는다. 괴생명체의 정체를 밝히는 동시에 비상 임무를 맡고 있는 미란다(레베카 퍼거슨)는 동료들의 희생 앞에 갈등한다.

외계에서 믿을 수 없이 생명력이 강하고 공격적인 괴물에게 습격 당해 우주선 안에서 죽어가는 SF 공포물. 이 쪽 이야기의 사실상 창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리언]의 직계 후배에 해당하는데, 외계 생명체의 생태와 조직적인 인간들의 협력 시퀀스, 우주정거장을 활용한 공방 전개로 개성을 줬다.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등장인물의 묘사와 조합도 좋고 [에이리언] 이후 B급 한계를 넘기 힘든 유사 장르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날렵한 영화.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는 의심스럽지만, 장르적인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계와 가능성을 조직적으로 활용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빼어나 시종일관 재미있게 봤다.

스타 3명을 기용해 상업적으로 B급의 한계선에 영화를 세웠는데, 라이언 레이놀즈와 제이크 질렌할은 그동안 스타로 쌓은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재활용하는 점이 재미있다. 덕분에 둘 다 이름값에 비해 작은 비중에도 선명하게 개성이 살아난다. 기성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데 비해 핵심이라고 할 외계 괴물에 대한 상상력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모범적인 장르물에서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작품으로 끝난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즐기면서 보기 좋은 영화다. 기본기가 충실해 보는 재미가 확실하고, 등장인물을 모두다 활용하는 꼼꼼함이 영화를 러닝타임 내내 꽉 찬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