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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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2017) / 박광현 단평

출처: 다음 영화

태권도 국가대표였지만 폭력사건으로 그만 둔 후 FPS 게임계의 전설적인 플레이어로 유명한 권유(지창욱)는 PC방에 떨어트리고 간 지갑을 찾아주고난 다음날 여고생 강간살해범으로 붙잡힌다.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권유가 범인으로 조작된 범죄때문에 권유는 무기징역을 받고 강력범이 우글우글한 감옥에 수감된다.

완벽하게 조작된 범죄로 덫에 걸린 주인공이 자신을 믿어주는 주변인들과 함께 음모를 파헤치고 복수를 하는 이야기. 가상세계 영웅이 실세계와 어긋나며 벌어지는 스릴러와 범죄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능력을 갖춘 범죄자와의 대결이라는 흔한 구도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었다. 여기에 PC방 게임과 태권도 선수, 용산전자상가 출신 같은 몇몇 한국적인 소재로 개성을 부여했는데, 잘만 했다면 나쁘지 않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접근.

결과는 한국 장르 영화 역사상 역대급 졸작이 나왔다. 영화에서 특별하게 사용하기 위해 고른 소재를 대부분 낭비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아웃사이더가 주류 사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려 한 것치고는 해커만능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나리오가 발목을 잡고, 대상인 적 자체도 주류 사회를 상징하기에는 비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 톤과 신파, 현실적인 설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으며 이야기가 재미있을 구석을 전부 날려버리는데 엉성한 시나리오와 몰입하기 힘든 등장인물, 거기에 좋게 볼 수 없는 연기까지 더해져 못만든 영화의 끝을 달린다. 차리리 대놓고 못만들 의도라도 있었다면 정상참작이라도 했을 것을, 상업적으로 열심히 마무리한 결과가 이 수준이라면 처참하다.

자신이 사용한 소재의 가능성과 의미를 표피 이상 이해하지 못해 시나리오부터 잘못 간 한국 장르 영화 흑역사의 한 페이지.


에이리언: 코브넌트 (2017) / 리들리 스콧 단평

출처: IMP Awards

행성 이주를 맡은 [코브넌트]호의 승무원들이 감작스러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깨어나고, 수리 중에 들은 노랫소리 신호를 찾아 주변 행성에 착륙한다.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의 행성에서 탐사하던 승무원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자에 감염되어 괴생물을 몸안에 키우게 된다.

[에이리언]의 프리퀄로 기원을 다룬다고 했지만 이전 [에이리언]과 큰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던 전편 [프로메테우스]를 본격적으로 [에이리언] 세계관에 편입 시키는 속편. 전편의 이야기와 말끔하게 이어지며 [에이리언]과 페이스허거의 기원을 설명한다. (진지한 분위기의 SF치고는 과학적으로 너무 황당한 시리즈의 배경과는 별개로) 이야기 자체는 아귀가 맞고 주제의식도 선명하게 이어지는데, 꼭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는 속편.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아한 공포였던 [에이리언]에 대해 여전히 사족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이를테면 원작자에 가장 가까운 작가가 풀어놓는 아이러니. 작가의 필모그래피로 보면 [한니발]과 비슷하게 시각적 성찬에 잉여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의 속편을 계속 만들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쉬운 이야기와 기획과는 별개로 고딕한 매력이 넘치는 프로덕션과 마치 기예르모 델 토로와 합작한 듯한 화면, 디자인과 음울한 우울함을 가득 담은 연출이 일품이다. 여기에 1인2역을 괴물같이 해내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단연 영화의 중심을 잡아간다. 이야기는 잉여인데, 마이클 패스벤더의 인물 해석은 발군이다. 여전히 볼 수 밖에 없는 미덕을 잉여와 함께 갖추고 있어 놓치기 힘들다.

마지막 편을 본 후에야 프리퀄 3부작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잉여로움이 엄청나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리들리 스콧 버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3같은 3부작은 없었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있어서 볼 만한 구석이 많은 이율배반적인 매력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에이리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질 줄은 몰랐다. 시리즈가 성공한다면 원래 4부작을 ‘리플리’ 4부작, 이번 3부작을 ‘데이빗’ 3부작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인천상륙작전 (2016) / 이재한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성공 확률이 낮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 시키기 위해 인천 앞바다의 기뢰 배치를 알아내기 위해 침투한 장학수(이정재) 특공대의 목숨 건 작전을 그린 전쟁영화. 확률 낮은 특공 작전을 소화하는 일련의 전쟁 장르물을 목표로 [인천상륙작전] 당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극화했다. 성공 확률 자체가 낮고 위험한 작전에 나섰다가 예기치 못한 장애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많은 희생을 치루고 작전에 성공하는 구도야 특공작전을 소재로 한 장르물이 뻔히 지나가는 길이고, 비슷한 구도의 영화 [암살]처럼 장르 구도를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다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등장인물들의 감정 구도와 변화에 (전작에 이어) 지나치게 단순하게 처리한 당시 상황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명쾌하지만 얇팍하기 짝이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 현실감을 부여하느라 신파조 이야기를 더하니 보기가 힘들다. 막상 이야기 전개는 장르의 틀을 잘 갖추고 있어 나쁘지 않은데 인물이 몰입하기 힘드니 겨우겨우 배우의 개인기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영화의 캐릭터 문제점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이 맥아더 장군. 여기에 각색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더해지니 진지하게 보기 힘들다. 작전에 대한 묘사도 아슬아슬하고. 다만 엉성한데다 감정과잉이었던 전작 [포화속으로]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

새삼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 같은 영화가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제 기교 밖에 안남은 감독이 고용주의 만족에 최선을 다한 느낌. 화려한 카메오 출연이 제법 볼만한데, 그나마도 얇팍한 영화에 빛이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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