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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 (2015) / 허우 샤오시엔 단평

출처: IMP Awards

정혼자에게 버림 받고 자객으로 길러진 여인이 군주가 된 옛 정혼자를 죽여야 하는 임무를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 당나라 후반을 배경으로 했다는 영화 초반 설명부터 상세한 느낌인데 영화는 정반대로 불친절하고 관념적인 유럽영화 같은 화술로 가득하다. 건조하고 절제한 연기와 장면 전환, 담백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적이지도 않는 액션 연출까지 장르 무협의 관습을 일부러 피해가는 영화.

정리해보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감정표현과 말이 워낙 없는 영화인데다 상황에 대한 묘사도 마치 편집 당한 것처럼 부족하다 보니 영화를 판단할 근거가 거의 없다. 시대 서술로 시작한 영화치고는 배경 묘사가 부족하고 경공을 펼치고 날아오는 칼을 쳐내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지만 무협의 쾌감은 전무하다. 무협 영화로써는 빵점에 가깝고 시대극으로도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는 불친절한 영화. 다만 작가의 고집이 느껴지는 시종일관 절제된 분위기, 쓸쓸한 감정과 하나가 된 듯한 톤은 독특하다. 영화의 이야기가 불친절한 것은 당나라 역사로 시작했지만 그 시대에 대해 구석을 알지 못하는 한국 관객의 한계도 있을 듯. 그렇다면 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무협에 해당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지만 액션 시퀀스의 동선 처리가 매우 안좋은데, 극강의 고수를 맡은 서기에게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극단적으로 무협식 액션 시퀀스의 허풍과 무게를 살린 [일대종사]와 비교할만한 차이. 반면 기존 무협 영화에서 포커스 밖에 있었던 풍경을 다루는 방식에 여유가 있고 동양화 같은 아름다움을 살렸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특기에 더 가까운 실내 대화 장면의 색감과 구성이 좋다. 더욱 무협 영화일 수 없는 것은 이 영화의 좋은 장면은 대부분 실내에서 두 사람의 대화에 있다는 것.

서기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대사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좋은 배우라는 점이 돋보인다.

+) 영화 중간까지 등장하는 가면 쓴 무사는 도대체 정체와 행동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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