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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 (2016) / 모튼 틸덤 단평

출처: IMP Awards

지구에서 떠나 새로운 개척 행성에서 새 인생을 살 생각에 우주여객선에 탄 5000명의 승객 중 3등 객실 여객 짐(크리스 프랫)이 동면기 오작동으로 30년이 지난 시점에 깨어나고, 자신만 80년 넘게 홀로 있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외로움에 자살까지 생각하던 짐이 1년 동안 혼자 지낸 후에 1등 객실 여객이자 유명 작가인 오로라(제니퍼 로렌스)가 깨어나고, 둘은 무인도에 둘만 남은 남녀처럼 지내다 사랑에 빠진다.

인간의 수명을 뛰어넘는 개척 행성으로의 장시간 여행, 동면, 무인도에 남은 두 사람, 드물지 않은 소재를 조합해서 매끈하게 다듬은 변형 무인도 재난물. 흔한 설정과 소재를 다듬어 신선하게 엮은 솜씨가 매우 좋다. 대형 스타를 기용해 CG를 활용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었지만 등장인물이 몇 되지 않는 소품 같은 호흡이라는 점도 좋다. 근래 성공한 [문][오블리비언] 같은 수작이 될 뻔한 가능성이 다분한 이야기.

이야기 전개는 아귀가 맞고 어색한 부분이 거의 없다.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몰입도 좋고 몇 안되는 등장인물마다 개성도 훌륭하다. 그런데,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와 고뇌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갈증을 해갈할 수 없다. 지구에서 화려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오로라의 사연은 몇 줄 대사와 친구들의 서술로 간단하게 제시할 뿐이고, 기술자로 지구를 떠날 생각을 한 짐은 혼자 남은 자의 감정변화를 [캐스트어웨이]나 [로빈슨 크루소]만큼이나 깊이 있게 다룰 실마리가 널려 있는데 표피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모처럼 엮은 좋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단선적인 연출이 아쉽다.

배우들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라기에는 아쉽지만 극단적 감정변화를 오가는 제니퍼 로렌스가 영화의 많은 빈틈을 살려낸다. 짧은 등장 분량에도 결정적인 해결책과 무게를 얹는 로렌스 피시번의 존재감도 훌륭하다.

익숙한 소재가 좋은 이야기의 한계가 아니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지만, 이야기의 깊은 가능성을 손쉽게 날려버린 기능적인 연출을 한계로 가진 작품. 초현대적인 우주선 내부 묘사와 활극 무대로 써먹은 우주보다 등장인물의 내면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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