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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2017) / 패티 젠킨스 단평

출처: IMP Awards

인간을 악에 물들여 전쟁을 일으키는 신 아레스에게 맞서 인류를 지키는 임무를 맡은 아마조네스 종족의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는 수련하며 살다가 추락한 조종사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만난다. 극성 독가스를 개발한 마루(엘레나 아나야) 박사의 연구노트를 훔쳐 연합국에 가져다 주려는 스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티브를 따라 다이애나는 뒤에 숨어있는 것이 분명한 아레스를 막기 위해 떠난다.

아마조네스 종족의 비밀을 가진 다이애나가 출사했다가 [원더우먼]으로 각성하는 과정을 다룬 수퍼히어로 탄생기. 숨겨 놓은 비밀이 있기는 한데 충격적이지는 않고, 명쾌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다듬어 영화로 만들었다. 여러모로 경쟁작 [퍼스트 어벤져]와 비슷한데, 인간사회에서 다이애나가 겪는 경험을 이용한 유머는 [원더우먼]이 더 볼만 하고, 최종 보스와 다투는 액션은 [퍼스트 어벤져] 쪽이 잘 짰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아레스가 정체를 드러낸 다음부터인데, 아레스의 세계관이 나이브한 것도 어색하지만 말미를 장식하는 액션 시퀀스가 [배드맨 대 슈퍼맨]만큼이나 (그보다도) 맥이 빠지는 게 가장 아쉽다.

세계관 시작 작품에 해당하는 [맨 오브 스틸]에서부터 ([다크나이트] 삼부작의 영향으로 알려진) 이전 각색보다 현실적인 톤을 유지하는 성향이 이 영화에 영향을 얼마나 주었는지 모르겠는데, 세계대전과 아레스를 엮고 독일군을 무작정 적으로 배치하는 단순함은 원작의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해 구태의연한데, 스티브 트레버와 주변 인물, 주인공 다이애나를 다루는 방식은 현대적이고 현실감이 있어 여러모로 영화의 톤이 맞지 않는다. 원작을 지나치게 벗어날 수 없고 유니버스 세계관의 한 틀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한계였던 듯.

우아하고 예쁘지만 재미는 없는 편인 다이애나에 비해, 중견 배우들이 제 역할을 다한다. 등장시간이 짧아도 강한 존재감을 가진 로빈 라이트와 말도 안되는 설정을 그럴 듯하게 소화하는 데이빗 튤리스가 일품. 무엇보다 사실상 영화의 감정선을 제대로 끌고 가는 크리스 파인이 돋보인다. 의외로 비중이 공기에 가까운 엘레나 아나야는 가면과 흉터로 얼굴을 가려도 예뻐서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인물.

수퍼히어로의 탄생기로도 세계관의 한 축으로 크게 모나지 않은 영화다. 영화가 더 좋아보이는 것은 세계관의 다른 영화들이 죽 쑤고 있기 때문일 터. 나쁘지 않은 완성도가 본 게임 [저스티스 리그]를 안심하게 만들 수준은 아니지만,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한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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