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킹 아서: 제왕의 검 (2017) / 가이 리치 단평

출처: IMP Awards

권력을 노리고 형 우써(에릭 바나)를 죽인 보티건(주드 로)에게서 가까스로 도망친 아서(찰리 헌냄)는 런던의 사창가에서 자라나 일대를 주름 잡는 건달이 된다.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보티건이 마법 탑을 짓는 중에 수면이 내려가 바닥에 잠겼던 엑스칼리버가 나타나고, 동요하는 민심을 잡기 위해 칼을 뽑는 자를 찾는다. 바이킹과의 다툼 끝에 도망친 아서는 칼 뽑는 인력에 실려가고, 운명적으로 칼을 뽑게 된다.

아더왕 탄생기를 판타지풍으로 각색한 모험담으로 극화했다. 로마풍 이름을 아직 쓰고 있지만 아더왕 시대 실제 영국보다는 한참 화려하고 거대한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옷을 입고 마법을 쓰며 셰익스피어극처럼 고풍스러운 영웅의 운명을 다룬다. 모호한 시대를 배경으로 상징 같은 극단적 클로즈업 촬영과 짧게 끊는 편집까지 영국적인 소재를 독자적인 취향으로 만들고 싶었던 작가의 강한 의지가 가득한 영화.

뜬금없이 거대한 코끼리가 등장하고, 도저히 중세 유럽에도 없었을 법한 거대한 성에서 한창 황당한 전투를 하는 오프닝에서는 원작이나 원래 시대상과 한참 떨어진 분위기에 기대를 접었는데, 막상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고 세계관이 익숙해지면 중반부 전개는 나쁘지 않다. 각색으로 따지면 최근 [백설공주] 같은 영화보다도 훨씬 원작과 현대적 해석의 접점을 잘 찾아냈다. 초반부 사건을 대화와 시간 교차로 서술하는 시퀀스나 엑스칼리버를 사용하기 위해 다크랜드에 다녀오는 시퀀스는 오랜만에 작가의 장기가 긍정적으로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 뻔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흐르지만 주드 로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악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후반부가 영화를 전체적으로 까먹는다. 어째서 탑을 그리 열심히 지었는지 알기 어려운 말초적인 이유부터, 가족을 희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 변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각본의 문제를 지나 안이한 그래픽으로 소화한 마지막 대결은 나쁘지 않았던 영화의 개성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경쾌한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대형 상업 영화에서 데뷔 때의 기대를 항상 반 이상 깎아 먹는 작가의 신작. 오랜만에 아주 괜찮은 중반부에 비해 엉성한 후반부는 결국 작가에 대한 굳은 실망을 벗겨내지 못한다. 야심이 넘치지만 내공이 부족한 범작.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