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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2016) / 폴 버호벤 단평

출처: IMP Awards

이혼한 후 애인과 집을 구하고 있는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미셸(이사벨 위뼤르)은 어느날 낮에 스키마스크를 쓴 괴한의 침입에 이어 강간을 당한다. 어린 시절에 연쇄살인을 저지른 아버지와 엮여 언론과 경찰을 싫어하는 미셸은 신고도 하지 않고 호신도구를 구하고 집 주변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던 중 자신이 경영하는 게임회사에서 자신과 게임 캐릭터를 합성한 음란영상이 유포된다.

강간과 음란영상 유포처럼 위험한 사건에 휩싸였지만 냉정하기 짝이 없고 어린시절 잔혹한 범죄에 엮였던 특이한 중년여인을 다루는 영화. 범죄로 시작하는 까닭에 범인을 찾는 스릴러 분위기를 풍기지만 의외로 쉽게 범인이 드러난 중반 이후부터는 전무후무한 영화가 된다. 누구보다도 독특한 개성과 정신세계를 가진 주인공을 상영시간 동안 관객에서 설득하는 영화이자, 한가닥 거짓마저 버리고 더 냉정한 영역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쉽게 동조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강렬한 사건이 몇 없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는 영화로 만든 건 변태적인 이야기에 일가견 있는 작가의 공도 있지만 그보다 비현실의 영역에 떨어질 수도 있었던 주인공을 현실의 테두리에서 연기한 이사벨 위뻬르의 가공할 만한 솜씨가 크다. 장르의 표피에서 묘한 이야기를 만든 영화가 그렇다고 작가의 영역에 깊이 들어가지도 않아 어중간한 완성도라면, 배우에게는 선명한 필모그래피가 될 만 하다.

변태성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성의 가닥을 찾는 매우 유럽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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