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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2017) / 장훈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사글세 10만원이 밀린 개인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은 광주까지 가는 외국인 손님(토마스 크레취만)이 있다는 이야기를 식당에서 듣고 얼른 가서 손님을 태운다. 단순하게 광주에 다녀오면 될 줄 알았던 김만섭은 생각보다 삼엄한 군인들에게 놀라지만, 돈을 받기 위해 가까스로 광주 시내에 들어간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실제 취재했던 독일인 기자와 그를 광주까지 태워줬다가 함께 빠져나온 택시기사 실화를 각색한 영화.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실존인물의 에피소드는 최대한 살리면서 극적인 장면을 각색했다는 점에서 [아르고]와 비슷한 접근을 했다. 각색한 부분이 비교적 선명하게 현실에서 빌려온 이야기와 비교가 되며 드러난다는 점도 흡사하고, 실제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사건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배우들에게 맡기는 접근방식도 비슷하다. 작가의 이전 작품처럼 헐리웃 영화에서는 이미 수작이 있는 스타일을 한국 소재로 정교하게 옮긴 솜씨가 훌륭하다.

가공인물을 연기력 좋은 배우들에게 맡긴 덕을 톡톡히 보는데, 송강호가 명불허전이다. 절제한 감정과 빼어난 표정, 대사를 이용해서 영화의 빈 부분을 채우는 대단한 광경을 영화 내내 볼 수 있다. 특히 실제 사건에서 가장 감정적이고 격렬한 장면을 절제한 연출에 더해질 때 영화의 힘이 폭발한다. 대신 힌츠페터 기자가 상을 받은 기사를 본 다음에 하는 대사는 배우의 힘에도 불구하고 사족에 가깝다. 가장 결정적일 때 절제한 영화가 힘이 풀린 듯 하다.

사실의 묵직한 힘을 과장하거나 감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최대한 이야기 중심에 넣어 살리려 한 각색이 돋보인다. 한국인에게 트라우마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을 이 정도 거리두며 다룰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인정 받아 마땅하다. 극화하기 위해 추가한 장면이 대부분 너무 장르적이라 아쉽지만 영화의 성취를 본다면 이해할 만큼 성숙한 영화.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 목록에 한동안 빠지지 않을 꽉 찬 영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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