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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2017) / 황동혁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청나라가 쳐들어온 상황에서 대응이 늦어 [남한산성]에서 수비에 들어간 조선 지휘부가 임금(박해일)을 중심으로 화친이냐 척화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그 사이 청군은 칸이 합류해 공성전을 준비한다.

두달이 안되는 기간동안 목숨을 내놓고 치열하게 설전을 벌인 조선 최고위층 양반들과 [남한산성]에서 함께한 주변 인물을 그린 소설을 각색한 영화. 지리멸렬한 수준의 방어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허울 뿐인 사대주의에 빠져 현실을 무시했다가 결국 비굴하게 패배한 이야기를 비극을 예약한 상태로 각색한 용감한 작품이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되도록 극화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럴 듯 하게 각색한 내용이 놀랍다. 역사적으로 설득력이 없을 것 같은 김상헌 같은 인물이 영화에서는 논리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만으로도 훌륭한 영화인데, 배경으로 역사적 주변 지식에 대해 설명을 극도로 자제하고도 당시의 답답한 정서와 분위기를 영화 내내 유지하는 점이 대단하다.

꼼꼼하게 취재해 힘있게 쓴 원작을 좋은 연기와 미려한 각색으로 단단하게 영화로 옮겼다. 비극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굴국이 별로 없는 전개를 촘촘하게 이야기와 정서로 채우는 솜씨가 대단하다. 좋은 배우 투성이 영화인데, (시대극은 처음이라지만) 경험 많은 연극배우인 김윤석보다 (원래부터도 목소리 좋은 것으로 유명하기는 했지만) 이병헌의 발성이 훨씬 귀에 꽂히고 잘 들린다.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었던 이병헌의 연기력과 발성을 재평가하는 영화가 될 듯.

조선시대 사극 유행의 끝물을 마무리하고도 넘칠 만큼 잘 만든 영화이고, 이 정도 영화를 찍으려면 제작 규모도 예상할 만한데, 크게 흥행하기 힘들 것 같다는 점이 아쉬운 한국 시대물의 한켠을 충분히 차지할 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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