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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2017) / 장준환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물고문 중에 서울대학생 박종철(여진구)이 죽자, 공안부에서는 시체를 재빨리 화장해 증거를 없애려 한다. 담당검사 공안부장 최환(하정우)은 편법 처리를 거부, 정식 부검을 절차대로 수행한다. 최환이 흘린 정보는 중앙일보를 거쳐 동아일보 윤상삼(이희준) 기자는 추적 끝에 고문에 의한 살해라는 증거를 찾아낸다.

절대 바뀌지 않을 엄혹한 세상에 한사람의 옳고 작은 선택이 모여 민주화를 이끈 6월 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여러 인물을 거쳐 그려낸 시대극. 가상 인물 등장을 최소화 하고, 악역마저도 입체적으로 묘사하며 당시의 세태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아마도 30년에 맞추고 싶었을 개봉연도를 감안해도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고 여전히 울림이 대단한 사건과 영화.

절묘하게 수많은 등장인물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각자의 캐릭터를 두텁게 그려낸 시나리오가 일품. 주역 중 유일한 가상인물인 연희마저도 당시 뿐 아니라 언제나 있었을 법한 대학생을 데려다 흩어진 인물 사이의 관계를 잇는 과정에 교묘하게 끼워 넣었다. 마이마이를 선물로 받으며 선데이서울과 시대상의 일부가 된 연희는 실존 인물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깊은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가공과 해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존 인물의 영향을 받은 배역을 생생하게 연기한 배우들과 여기에 가속도를 더하는 리드미컬한 연출도 대단하다. 근래 유행처럼 나온 대규모 한국 현대사 영화의 방점을 찍는 야심차고 단단한 작품.

영화를 통해 30년이 지난 사건을 보는 젊은 관객을 대변하는 연희 역할의 김태리와 시대의 암흑을 온몸에 지면서도 그럴 듯한 기품을 잃지 않는 김윤석이 누구 하나 빠진다고 할 수 없는 배우들 사이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포일러에 가까운 스타캐스팅 강동원과 여진구 같은 경우, 특히 비중이 일정 이상인 강동원이 역할과 상황을 만나 순정만화풍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절묘하게 활용한다.

한국 현대사 영화의 한획을 그을 만한, 사실과 픽션의 무게가 정교한 빼어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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