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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2018) / 스티븐 스필버그 단평

출처: IMP Awards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를 만든 할리웨이(마크 라일런스)가 죽고 유언으로 게임 속에서 자신이 숨겨놓은 비밀을 푼 사람에게 게임에 대한 권리 일체를 물려주기로 한다. 현실에서는 빈민가에 살지만 게임 속에서는 제법 입지가 있는 웨이드(타이 셰리던)는 [오아시스]를 노리는 기업집단 IOI와 대적하는 유명 플레이어 아르테미스(올리비아 쿡)의 조언에 힌트를 얻어 할리웨이의 첫번째 비밀을 풀고 열쇠를 얻는다. 게임 속 세계에서는 영웅이 되지만, IOI의 수장 소렌토(벤 멘델존)는 불법을 마다하지 않고 할리웨이의 유산을 노린다.

극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현실과 구분이 힘든 VR 게임, 현실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게임 속 인물, 게임의 순수함과 대척지점에 있는 자본주의 어른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게임과 판타지를 배경으로 수많이 변주한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는 영화. 유력자의 깜짝 선물을 그를 제일 잘 이해하는 사용자가 얻는 이야기도 길게는 작가의 전작 [E.T.]에서 [찰리의 초콜렛 공장]까지 익숙하기 짝이 없는 소재다. 거의 모든 장면과 이야기를 이루는 재료가 기성품에서 가져왔고 예상 가능한 수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벗어날 생각 없이 직설적인 인용과 차용의 놀이터로 만드는 전략을 썼고, 저작권의 서슬 퍼런 공포가 실재하는 시대에 보기 힘들게 경쾌한 영화가 되었다.

어떻게 해결했나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대형 판권물의 주역 캐릭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출연한다. 아주 짧은 등장도 있지만 (아마도 제작사가 직접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은) [아이언 자이언트]나 [킹콩]처럼 인상적인 장면을 홀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업계 거물이 연출로 나선 제작 환경의 영향이 있을 법. 작가의 근래 필모그래피치고는 ([E.T.]의 자기복제일 수 밖에 없는) 초기 영화 같이 느슨한 작품이지만 기획에서는 절묘한 한 수라 할 만 하다.

다만, 영화의 배경이 2040년대에 아무리 보아도 2000년대 대규모 온라인 게임의 직계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든 인물의 애정 어린 목록에 70년대 게임과 80년대 영화만 잔뜩 있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원작을 보지 않아 원작부터 그런지 모르겠으나, 현대 온라인 게임과 가상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는 90년대 이전 대중문화에 비해 피상적인 제작진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말년에 대충 찍어도 수준급 영화를 찍는 작가의 신작이자, 느슨하지만 여유 있고 무엇보다 풍부한 대중문화 깊이를 절묘하게 활용한 유능한 기획이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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