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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2018) / 변혁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시사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유명세를 얻고 있는 소장파 젊은 교수 장태준(박해일)은 소상공인 시위에 나갔다가 분신자살을 기도한 노인을 구해 일약 화제가 된다. 젊고 깨끗한 이미지를 이용해 장태준을 국회의원으로 발탁한 상황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부인 오수연(수애)은 자신의 상사인 미술관장 이화란(라미란)과 사이가 좋지 않다.

야심과 실력을 갖춘 젊은 부부가 권력과 명예를 노리며 상류사회로 신분상승을 꿈꾸지만 자신들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비인간적인 삶에 좌절하는 이야기. 실제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모티브를 과장하며 사용하기도 하고, 서늘하게 인용하기도 하며 주인공이 좌절하는 [상류사회]를 묘사한다. 그 과정에 (처음부터 도덕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욕망에 굴복하며 위기에 빠지는 과정과 더불어 권력에 취하는 상황이 도식적이지만 영화의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길게는 [위대한 개츠비][위대한 유산] 시절부터 수없이 반복한 주제를 한국사회에서 익숙한 소재로 각색했지만 이야기가 심각하게 엉성하다는 점이 문제. 가져다 쓴 사건은 힘을 얻기 전에 다른 사건에 치여 흩어지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의지와 수싸움 모두 놀랍지도 철두철미하지도 않다. 사건을 계속 나열하지만 감정 변화를 명확하게 따라가기 힘들다. 주인공이 이럴 정도인데 주변인물은 봐서 무엇 할까. 여기에 공허하게 자극적인 장면만 남겼다. 교수였던 장태준을 정계로 끌어온 계획 자체가 우연에 기대고 있는데 사건은 톱니바퀴처럼 흘러가고, 재벌을 동업자로 두고도 무리해서 야쿠자 자본을 끌고온 국회위원은 비밀이 털렸는데 신사적인 협박이 전부다. 살인을 불사하는 재벌과 폭력조직이 모여 하는 것이라고는 사업가 하나를 잡아와 린치를 가하는 것. 도대체 짜임새를 찾기 힘들다.

참담한 각본에 배우 대부분이 손해를 봤지만, 졸지에 적당히 몸사린 배우가 된데다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형편없는 선언문을 대사로 쏟아낸 수애는 필모그래피 사상 최악의 악재를 만났다. 대배우도 소화하기 힘든 엉성하고 얇팍한 대사는 여러모로 좋은 점을 찾기 힘든 영화의 대못이 될 기세다.

화려한 스타일과 캐스팅이 악몽처럼 아까운 엉성한 영화. 의도와 주제가 모두 선명한데 각본과 연출 모두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 근래 실화를 소재로 한 사회 비판 장르물의 좋은 기세에 똥을 끼얹는 한국영화의 또다른 악몽.


덧글

  • sid 2018/09/19 14:13 # 답글

    정확하고 수준 높은 비평보는 맛에 거의 모든 글을 읽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ㅎ
  • 유지이 2018/09/21 01:12 #

    그 정도는 아닌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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