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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2018) / 우민호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만주 출생으로 부산에서 터를 잡고 금은방을 하려던 이두삼(송강호)은 일본에서 귀금속 밀수에 끼어들었다가 전과자가 된다. 밀수로 일확천금을 쥐려던 이두삼은 일본에서 만난 재일교포 출신 야쿠자 김순평(윤제문)을 만나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필로폰을 가공해 일본으로 밀수하는 사업을 벌인다.

유신시대 부산에서 마약으로 거부가 된 남자가 양지에서는 시대 분위기를 타고 졸부로 살지만 시대가 바뀌며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 범죄 영화. 범죄자가 거물이 되었다가 결국 바닥으로 떨어지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그만큼이나 전형적인 ‘실화’ 바탕으로 각색했다. 이런 전형적인 범죄극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채운 당시 부산과 한국의 세밀한 풍경이 차별점을 가져오고, 무엇보다 원한다면 어떤 배역이라도 소시민적 질감을 더하는 주연 배우를 투입하여 자기 만의 색깔을 갖춘 영화가 되었다.

격동의 시대에 부산에서 마약으로 돈을 벌어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수출 역군이 된 실화 자체가 묵직하게 독특한데다,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는 송강호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 킹] 때부터 잘하는 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빼어난 김소진, 예상을 뛰어넘지는 않지만 역할을 가득 채우는 조정석, 조우진, 이희준까지 연기 잘하는 스타 캐스팅이 엄청난 에너지를 뿜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는 늘어지고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힘든 건, 결국 연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이렇게 선명하게도 연출 실패가 드러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장면 장면이 매우 좋다. 연기는 빠지는 수준이어도 다른 영화에서 좋은 장면이나 얻는 수준이고, 대사도 착착 감겨 잘 쓴 티가 나며, 당시 시대를 꼼꼼하게 재현한 미장센도 일품이다. 그런데 모아 놓으니 편집을 덜한 영화가 된다.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극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장면에서는 박자를 잃고 질주하거나 리듬을 살리지 못하고 엇박자 걸음을 걷는다.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작가가 살리지 말아야할 장면을 고를 수 없었던 듯 (걷어낸 장면이 많은 것을 뻔하게 예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스워크가 없이 나열할 뿐이다. 그 와중에 영화 종반부 몰락 시퀀스는 지나치게 길다. 연출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을 좋은 연기가 몇번이나 살려낸 꼴이다.

과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출 빼고 대부분이 좋은 영화. 출세작 이후 권한이 늘어난 작가가 통제가 약해진 두번째 영화에서 폭주하며 약점을 드러내는 ‘소포모어 징크스’로 [우는 남자] 이후 가장 화려한 사례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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