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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2019) / 루카 구아다그니노 단평

출처: IMP Awards

명성 높은 무용가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에게 배우기 위해 미국에서 독일 무용단에 온 수지(다코다 존슨)는 오디션에 붙어 무용수가 된다.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무용단은 지내고 보니 지속적으로 악몽을 꾸고, 감춰진 비밀이 있는 듯 하다. 이전 에이스였던 패트리샤(클로이 모리츠) 실종을 추적하던 무용수 사라(미아 고쓰)는 무용단 건물에 숨겨진 비밀에 접근한다.

전원 여성으로만 조직한 무용단 이면에 숨겨진 마녀 숭배의 제물이 될 위기에 놓인 소녀가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공포물. 원색적인 지알로 영화였던 원작의 설정과 등장인물, 핵심 줄거리를 가져다 재구성했다. 장르의 대표작급이었던 원작과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리메이크지만, 원작팬에게는 설정 파괴에 가까울 법 하다. 새로 만든 영화에서는 원작에서 별 의미 없는 배경이었던 독일을 적군파의 시대에 놓았고, 허무맹랑한 마녀 이야기에 집중하는 장르적 연출을 불온한 세계에 대한 의도를 섞어 칙칙하고 고어하게 해석했다. 시대의 질감이 더해지고 화려한 색감을 지워내면서 설정과 줄거리가 비슷한데도 원작과는 정반대의 영화가 되었다.

슈퍼스타로 까메오에 가까운 클로이 모리츠가 [스크림]의 드류 배리모어의 역할을 맡는데, 여전히 압도적인 틸다 스윈튼까지는 예상 가능하고 다코다 존슨은 야심적으로 선택해 가장 덕을 보았다. 영화로만 놓고 보면 이전 [그레이] 시리즈의 그림자를 벗어날 만 하다.

작가 필모그래피의 최고작은 아니고 개성은 여전하지만 가장 이질적인 영화라 할텐데, 능력있는 팬보이의 영화라고 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적군파의 폭발 직전 독일과 여자들만 있는 학교로 재구성한 정치적 의도가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한 마녀 부활과 부딪치는 균열이 내내 걸리는 것은 팬보이와 작가 사이의 간극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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