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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2019) / 토드 필립스 단평

출처: IMP Awards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동네 행사에 출장 광대일 뿐인 아서 플렉(호아퀸 피닉스)은 동네 불량배들에게 얻어 맞고 동료들에게도 무시 당한다. 밤 지하철에서 지쳐 돌아가던 아서는 시비를 거는 여피 청년들을 우발적으로 사살하고 사건 현장에서 도주하지만, 언론은 살인자를 계급 투쟁의 반영웅처럼 그린다.

제목부터가 [배트맨] 세계관의 가장 유명한 악당으로, 도시에서 살아가던 코미디언 지망생이 타이틀롤에 걸맞는 대악당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 라는 얼개를 갖추었으나 핵심 캐릭터를 빌린 독립 영화에 가깝다. 영화 마지막에 우리가 알고 있는 [조커] 비슷한 인물이 되긴 하지만, 코믹스와 만화영화, 영화, 게임 어디에서 등장한 [조커]와도 다르고 최소한 범죄조직이라도 이끌려면 엔딩 이후에도 많은 사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는 자신과 주변 모두 우울하고 극단에 몰린 한 사람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사회 상황과 방향이 맞아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대중적 존재가 되는 부조리극이다.

진지한 선배들에 해당하는 [택시 드라이버][코미디의 왕][본 킬러] 같은 영화가 다룬 주제를 수퍼히어로 세계관을 차용해 각색했는데, 앞선 영화처럼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가 세계관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독특한 영화가 되었다. 비슷하게 수퍼히어로 세계관을 독특하게 각색했지만 하드보일드를 떠나지 않았던 [다크나이트] 삼부작과 전혀 다르게 사회파 인디 영화가 갈 법한 길을 밟는데, 배경은 현실을 흉내낸 뒤틀린 수퍼히어로 세계라서 다시 없는 분위기로 치닫는다. 특히 원색적인 옷을 차려입고 토크쇼에 나갈 때, 영화 만의 독특한 개성이 극에 달한다.

선배격의 영화 목록을 기억한다면 영화에서 중요한 조역으로 로버트 드 니로를 캐스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많은 연기상으로 이미 주목을 넘치게 받았다시피 타이틀롤을 맡은 호아퀸 피닉스는 현실감과 만화적 과장 사이 어디쯤 놓인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소화한다. 원작 세계관을 지키면서도 맞지 않아 생긴 영화적 구멍을 대부분 메우는 것은 배우 덕분이다.

수퍼히어로 소재를 빌렸지만 가장 멀리 떨어진 방식으로 만든 독특한 부조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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