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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 셀린 시아마 단평

출처: IMP Awards

섬에 있는 저택에 살고 있는 백작부인(발레리아 골리노)에게 의뢰를 받아 곧 시집을 가는 딸 엘로이즈(아델 해넬)의 초상화를 그려야 하는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를 쫓아낸 적이 있는 전례 때문에 화가가 아니라 말동무인 척 해야 한다. 매일 조금씩 두 사람이 가까워 지고, 집으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 초상화를 그리는 일상을 계속한다.

당시에는 당연한 정략결혼이 싫은 귀족 집안의 딸과 재능이 있지만 여자기 때문에 화가라는 직업을 인정 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초상화가가 가까워지며 점점 초상화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담한 로맨스와 엮은 이야기. 두 사람이 한창 친해지는 과정에서 섬 속 동네 축제에서 벌어진 제목과 같은 상황의 장면이 인상적이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극적 과장 없이 두 사람의 감정선을 담담하게 따라가다 다른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예정된 끝으로 나아간다. 스산한 섬의 풍경과 사실적으로 살린 저택의 어두운 조명까지 당대에 여자들이 겪었을 답답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몰입해서 표현한 작품.

영화의 주제의식을 따라 결국 주인공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의 억압을 절제한 대사와 정적인 연기, 꼼꼼하지만 답답한 색상을 빼지 않은 프로덕션으로 엮은 영화라 감정적으로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만 북부 이탈리아의 밝은 여름 풍광만큼이나 화려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정반대의 표현으로 같은 결론에 이르는 영화. 시종일관 절제한 만큼, 영화의 제목과 동일한 축제의 불타는 장면은 조금 더 격정적으로 묘사했어도 좋을 뻔 했다.

시대와 소재를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가다듬어 눅눅하고 절제하여 찍은 공들인 영화. 지나치게 절제하여 묵직한 주제에 몰입하지 못하면 따라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테크닉을 부리지 않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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