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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988)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단평

출처: Polish Poster Gallery

망원경으로 아파트 주변을 훔쳐보는 버릇이 있는 토멕(올라프 루바젠코)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미모의 화가 마그다(그라지나 샤포워프스카)를 훔쳐 보며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건다. 점점 대담해진 토멕은 일하는 우체국을 통해 가짜 당첨권을 보내기도 하고, 우유를 배달하며 먼발치에서나마 그녀를 보려고 한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남자와 성숙하고 세상을 잘 아는 여자가 스토킹 과정에서 만나 야릇한 관계에 빠지는 이야기. 소재만 놓고 보면 변태적인 범죄와 이어져도 할 말이 없는데, 사건은 막상 대단치 않은 선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전개에서 예상이 가능한 것처럼 처음에는 스토킹을 하는 남자가 주도권을 가지다가 본격적으로 정체를 여자가 알게된 후부터는 여자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파국이 지난 후에는 후회와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에 놓였지만 남녀관계의 일반적인 감정 변화에 대해 표현한 영화. 이를테면 [봄날은 간다]와 같은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주제가 일반론에 닿아 있고 비교한 영화 [봄날은 간다]가 그런 것처럼 종말을 맞은 연애는 서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독특함이 여전한 작품이다. 더구나 당시는 물론 현대 한국과는 여러모로 다를 수 밖에 없는 1980년대 폴란드가 배경인데다 위태로운 선을 지킨 소재를 가져다 쓴 까닭에 영화의 개성은 여전할 수 밖에 없다. 대신 디테일에서 현대 한국 관객이 몰입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한계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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