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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던 날 (2020) / 박지완 단평

출처: 다음 영화

외도를 한 남편과의 이혼으로 휴직을 한 경찰 현수(김혜수)가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상사가 불러 경찰에서 증인으로 보호 중이던 소녀(노정의)의 자살 사건 조사를 맡긴다. 뻔한 사건이라 언론이 끼어들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투입한 현수는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구성한 사건에 의심스러운 부분을 끝까지 파보기로 한다.

거물 밀수꾼 아버지 범죄 증거를 찾아준 후 증인 보호를 받던 소녀의 자살 사건을 검토하는 형사의 조사 과정을 추적하다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영화. 전반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추리극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주인공들의 감정과 주변 상황 묘사를 촘촘하게 박아 넣어 장르적인 색보다는 감정선이 살아나는 드라마를 살렸다. 사건을 추적하며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이입하는 형사와 단순한 자살 사건 이면에 풍부하게 드러나는 피해자의 생활과 감정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미 여사풍의 일본 사회파 추리물을 연상하게 하는데, 사건 자체가 소품이라 정통 추리물보다는 관조적 성격의 후일담 스타일로 완성했다. 주역들이 모두 여자들이고 깊이 감정이입하면서 엮이며 연대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악당 포지션에 덜 되먹은 남자들을 배치했기 때문에 페미니즘 텍스트로 읽을 만한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관조적이고 사건의 정교한 구성보다는 엮인 사람들의 감정과 기구한 궤적에 집중하는 장르 추리물이 이미 많이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영화라고 보긴 어렵지만, 밀도 있게 구성한 인물과 상황을 논리와 상황으로 딱 떨어지게 구성한 플롯으로 잘 만든 추리물이다. 다소 구멍이 있는 밀실 트릭을 정서적인 하이라이트에 이른 마무리에 배치한 점도 영리하다.

배우들이 전반적으로 훌륭한데, 유사한 역을 많이 맡았던 김혜수는 마치 헐리웃의 비슷한 경우처럼 익숙한 이미지를 능란하게 활용해 인물의 서사가 부족한 빈 공간에 영화적 밀도를 불어 넣는다. 대사가 극단적으로 없는 도전적인 인물을 연기한 이정은은 지난 히트작 이후 과시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배우가 유명하기 때문에 추리물의 쾌감이 약해지는 약점으로 작용할 정도로 스타가 되었다.

목표가 분명하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서브 장르 추리물이자 능란한 드라마. 한국 영화의 2020년 한 페이지를 차지할 만한 완성도 높은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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