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프리 가이 (2021) / 숀 레비 단평

free_guy_ver5_xlg

출처: IMP Awards

온라인 게임 [프리 시티]에서 강도 미션 장소인 은행의 NPC로 살고 있는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이상형 몰로토프(조디 코머)에게 접근하고 싶어 게임 내 NPC에게는 심적으로 거부반응이 있는 플레이어의 선글라스를 빼앗아 쓴다. 단순한 선글라스가 아니라 증강현실로 게임 세계 이면을 볼 수 있게 된 가이는 운영자들이 해킹이라고 착각하는 사이 몰로토프에게 말을 걸고, 최소한 100 레벨은 되어야 상대하겠다는 대답에 매일 레벨업에 나선다.

온라인 게임에 개발자도 가능성을 미처 알지 못했던 인공지능 코드를 통해 자아를 가진 NPC가 주인공으로 나서며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코미디. 설정부터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닌게, 코미디 [조니5 파괴 작전]과 액션물이었던 [스텔스] 같은 영화가 구도까지 흡사하고, 사이버펑크로 들어가면 큼직한 힘을 가진 인공지능 쯤이야 흔하디 흔하다. 빼어나게 발달한 온라인 게임은 이미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다뤘고, 비디오 게임 캐릭터는 [주먹왕 랄프] 시리즈가 매력적으로 써먹었다. 인공지능 주인공과 실제 사람의 연애담은 [그녀] 같은 영화가 있고, 게임 캐릭터기 때문에 죽어도 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이용한 루프물은 [사랑의 블랙홀]을 전범으로 한 계보가 있을 정도. 영화는 온라인 게임의 NPC가 의식을 가졌다는 컨셉을 중심으로 여러 영화에서 써먹은 소재를 모아서 조립했다.

그런데, 한번쯤은 어디서 보았을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해가 탄탄한 상태에서 함께 엮은 소재를 정확하게 소화하고 있어서 독창적이지 않은 조각들을 모아 유래가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NPC라는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루프물을 끌어들였고, (시나리오 구성 단계에서 참고했을 게 분명한 [GTA]의) 오픈월드 게임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가이의 빠른 성장을 자연스럽게 엮고, 트위치 중계 문화를 정확하게 포착해 하이라이트로 넘어간다. 그 와중에 요즘 온라인 게이머들의 트롤링이나 게임 회사의 상업성에 대한 풍자마저 놓치지 않는 여유라니. 갖가지 패러디와 주제 의식을 빼놓지 않고 다루면서도 코미디의 가벼움을 유지하는 영리한 영화다.

코미디 물이 오른 라이언 레이놀즈와 감각적으로 돈독 오른 IT 인도인을 캐리커쳐하는 타이카 와이티티가 하드캐리하는 것은 분명한데, 적재적소에 써먹은 까메오마저 영리하다. 특히 (짧게 등장해 교묘하게 섞은 주제음악과 함께 웃음을 선사하는 크리스 에반스도 좋지만) 장기인 춤을 활용해 유명 온라인 게임 스트리머를 묘사한 채닝 테이텀이 일품.

익숙한 소재를 잘 구조화한 장르 코미디의 핵심이 치밀한 소재 접목에 있다는 황금률을 증명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빼어난 이해도와 놀라운 편집 감각으로 다채로운 소재와 주제 의식을 하나의 영화로 솜씨 좋게 엮은 아마도 근래 가장 지적인 영화. CG 장면의 가벼운 물리 효과마저도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만만찮은 내공을 가졌고, 너무 잘 빠진 상업 영화라서 성취가 가려질 정도다. 헐리웃 장인 시스템의 올해의 성과이자, 한동안 비견할 작품을 찾기 힘들 전무후부한 코미디.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