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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2020) / 데이빗 핀처 단평

출처: IMP Awards

1930년대 헐리웃에서 시나리오 작가팀을 이끌며 잘 나가던 허먼 맨키위츠(게리 올드먼)는 세월이 흘러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홀로 지병을 관리하며 살다가 야심만만한 영화 감독 오손 웰즈(톰 벅)의 제안을 받는다.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반골인 오손 웰즈의 제안에 허먼 맨키위츠는 솔깃하지만, 자신의 지인이기도 한 업계 거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를 부정적으로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결국 타이피스트 리타(릴리 콜린스)를 고용해 집필에 들어가면서 허먼은 과거를 회상한다.

미국 영화사의 전설적인 데뷔작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허먼 맨키위츠를 주인공으로, 오손 웰즈가 작품을 의뢰한 직후부터 영화가 성공한 때까지를 액자로 구성해 허먼의 회상을 교차편집해 이야기를 채운 작품. 실제로 본 적은 없더라도 이름값이 있는 [시민 케인]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도구에 가깝고,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의 황금기를 비추다 보수적인 체제에 의문을 느끼는 순간까지를 밀도 있게 그린다. 주인공의 연대기를 장황하게 묘사하다 마지막 순간에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성공의 이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막상 [시민 케인]에 대한 묘사가 없지만 사실상 [시민 케인]의 이야기 구조를 오마주 하는 영화. 영화의 말미에 이르면 [시민 케인] 시나리오는 허먼 맨키위츠의 ‘로즈버드’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극적인 각색을 절제한데다, 의도적으로 당시 영화식 내러티브를 흉내내(는 대다 넷플릭스 투자 영화의 특징이)다 보니 종종 늘어지고 밋밋한 전개가 영화를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감상에 아슬아슬한 지점을 20세기 초반 헐리웃 영화를 차용한 재치있는 스타일과 촘촘하게 구성해 단선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는 각본, 실제 인물과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비현실과 과장 와중에도 사실적인 톤을 놓치지 않는 유려한 연기로 채운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당시 시나리오 집필 환경이나 마초적인 제작자에 대한 묘사,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덜 발달한 까닭에 덜컹거리는 촬영 현장까지 시대 묘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대로 이야기를 채우는 디테일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지루할 지점이 널려있다.

잘 구성한 이야기, 다층적인 인물, 완급이 좋은 연기까지 만듦새가 좋기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손 꼽을 만한 잘 빠진 영화. 의도가 선명한 영화인데, 21세기 한국 관객이 정신을 잃을 함정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영화가 만들 수 있은 재치있는 자기 해석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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