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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2021) /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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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MP Awards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션(시무 리우)과 케이티(아콰피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집 주변에서 주차원을 하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두 사람은 버스에서 션의 목걸이를 노린 악당들이 나타나며 바뀌게 된다. 목걸이를 뺏긴 션은 친구 케이티에게 본명이 샹치라고 밝히며, 아버지 웬우(양조위)가 여동생(장몽아)의 목걸이도 노릴 것이라며 마카오로 간다.

10년 동안 대성공을 거둔 MCU에서 오랜만에 등장하는 새 수퍼히어로 탄생기.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서술의 규모와, 결국은 수퍼히어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를 엮기 쉽지 않은 탄생기는 이전 MCU에서도 썩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좋았던 영화는 [아이언맨][스파이더맨] 정도로 드물고 [닥터 스트레인지][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같이 아슬아슬한 허리가 있지만, (워낙 기본 수준이 높아 엉성한 다른 영화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하더라도)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밋밋하고 쳐지는 작품을 찾기는 쉽다.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시작한 [샹치]도 결국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평범하게 생긴 신인 배우를 캐스팅 했더라도 결국은 영웅이 될 것이며 위기가 몰려오지만 극복할 것이고, 악당이라는 아버지는 마지막 즈음에 아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장르물에서 예상 가능한 이야기와 선명한 인물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좋은 장르물이라면 뻔한 플롯 사이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세부 설정과 색다른 소재를 엮은 능란한 변주로 풀어낸다. 이전 MCU에서 볼 수 없었던 신화적 중국과 사랑꾼 아버지와의 대립은 영화의 개성을 위한 안배였을 것이다. 이야기는 빠진 곳이 없으니 샹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참 사랑했고, 샹치는 견디다 못해 아버지와 대립했고 그 와중에 누이도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묘사가 하나 같이 표피적인 수준을 넘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적으로 몰입하기가 어렵다. 진지한 상황에서 결국은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액션을 펼치는 수퍼히어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MCU 솔로 데뷔작은 이런 전형적인 함정에서 벗어난 플롯이었다.

액션 시퀀스는 CG를 절제한 장면일 수록 좋다. (故 브래드 앨런이 참여한) 홍콩 무협식 액션은 성가반에서 와이어를 썼을 법한 장면을 CG를 이용해 대체한 정도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후반부 탈론에서부터 CG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나면 다른 최근 헐리웃 영화와 차이점을 찾기 어려워 감탄할 만한 구석이 점점 없어진다. 가볍기 짝이 없는 CG 괴물을 상대하는 명장면을 이미 우리는 이전 MCU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

맥 없는 인물 묘사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뻔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양조위의 깊은 눈매와 존재감은 뭔가 있어보이는 무게가 있다. 여기에 숨구멍을 열어주는 벤 킹슬리까지 대배우를 신인 사이에 넣은 전략은 수퍼히어로 영화의 유구한 전통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다. 최소한 시무 리우의 평범함과 특기를 살려 가볍게 튈 법한 아콰피나의 역할을 잡아주는 이정표로 좋다.

수퍼히어로 솔로 데뷔의 함정을 피해가지 못한 범작 MCU 영화. 수준급 액션 시퀀스와 적절한 유머, 리드미컬한 전개는 여전하지만 독보적이지는 않다. 액션 시퀀스는 반가우나 영화의 이국적인 중국풍은 미국계 아시안을 대상으로 했는지 본토 아시안에게는 미국 중국집 음식처럼 별세계로 느낄 만 하다. 참신한 신작보다는 이후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지나가는 다리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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