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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노 타임 투 다이 (2021) / 캐리 후쿠나가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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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MP Awards

전편에서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트를 체포하고 연인 엘리자베스 스완과 여행을 떠난 제임스 본드는 옛 연인 베스퍼 린드의 묘지에 갔다가 폭탄 테러에 이은 공격을 당한다. 가까스로 살아 남은 후 아무도 모르는 목적지가 새어나갔다는 의심에 연인과 헤어진 후, 은퇴 생활을 살고 있던 본드에게 친구이자 CIA 요원 펠릭스가 나타나 쿠바에서 스펙터 잔당들의 모임이 있으며 얼마전 MI6가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에서 사라진 연구원을 찾아야 한다는 의뢰를 받는다.

오랫동안 환상의 시나리오로 유명했던 [여왕폐하 대작전]의 속편이 여러 경로를 거치며 나름의 방향성을 찾아 대단원의 마무리로 갈무리한 본드무비. 전편에서 이어 받은 [여왕폐하 대작전] 실마리를 훌륭하게 각색해서 기존 팬도 예상하기 어렵게 풀어냈고, 전통적인 영웅물 분위기의 본드무비의 유산을 활용하면서도, [카지노 로얄] 이후 이전 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제임스 본드를 유지하며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성공했다. 이야기의 빈틈을 잘 조직한 액션 시퀀스의 쾌감과 장르적 재미로 채운 영리한 영화. 전임자들에 비해 묵직해진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서도 유들유들하게 유머를 섞는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단순한 이야기를 잘 꾸민 시나리오는 플롯 자체보다 컨텍스트를 강렬하게 의식했다. 전편에서 이어 받은 [여왕폐하 대작전]은 물론이고, 주역을 맡은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그럼에도 한편의 본드무비로나 전편에서 이어지는 완결편으로나 빠지지 않는 균형감이 훌륭하다. 영화 자체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맡은 영화 중 최고가 아닐지 모르나, 이 작품으로 역대 최초로 완결성을 갖춘 연대기로 경력을 채운 제임스 본드가 되었다. 제임스 본드 데뷔작이었던 [카지노 로얄]부터 본드무비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적이 별로 없는 대니얼 크레이그 였지만, 본드무비의 장르적 유산을 가장 능숙하게 활용한 시리즈였고 마지막 편에서는 자신이 남긴 떡밥을 죄다 긁어모아서 알뜰하게 써먹는다. 단연 역대 제임스 본드 중에서 주연을 맡은 시리즈 완성도는 (시리즈 자체를 서사극으로 끝낸 첫 사례로) 최고일 수 밖에. 거물 음악감독이 맡은 음악 역시 이전 본드무비의 테마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장면에 정교하게 맞추어 집어 넣어 혀를 내두를 정도.

액션 시퀀스는 좋은데 연출은 종종 기본기를 벗어나 갈피를 못잡아 들인 물량에 비해 효과가 덜 하다. 빼어났던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라스]의 전임자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 단순하지만 명쾌한 플롯에 비해 세밀한 전개는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도 있고, 이해할 수 없이 갑작스럽게 맥이 풀리는 상황도 많다. 특히 중량급 악역 활용이 매우 약해서 보스 3인방의 존재감이 [스펙터]의 힝스 하나만도 못하다. 마틸드가 악당의 손에서 탈출해 본드에게 돌아오는 장면에서 어색함을 느낀 관객이 한둘이 아닐 듯.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 대니얼 크레이그 시대 본드무비를 장중하게 마무리 하는 영화이자 장르의 전통을 영리하게 재해석한 작품. 수준 이상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본드무비의 최고는 아닐 것이고, 심지어 대니얼 크레이그 본드무비의 최고로 꼽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리즈를 대단원으로 마무리하고 전례가 없었던 본드무비 시리즈를 완성한 기념비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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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겁하는 낙서공간 : 007 스펙터 (2015) / 샘 멘데스 2021-10-01 23:51:58 #

    ... 임스 본드보다 순수한 연애를 추구하는 스타일인 듯 한데, 영화가 여러모로 [007 여왕폐하 대작전]을 차용한 점과 블로펠트가 영화 마지막에서 죽지 않는 점으로 볼 때 다음 편의 시작은 매우 충격적이어야 본드무비가 시리즈로 존재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다시 리부트하던가. 여러모로 작가가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맡으며 대못을 박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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