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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2021) / 드니 빌뇌브 단평

출처: IMP Awards

황제의 명령으로 척박한 사막만 있는 행성이지만 가치 있는 광물 ‘스파이스 멜란지’가 나는 아라키스를 관리하게 된 레토 아트레이데스(오스카 아이작) 공작은 후계자인 아들 폴(티모시 살라메)과 자신의 군사들을 이끌고 부임한다. 아라키스를 공작 전에 담당했던 하코넨 가문이 떠나며 채굴 장비를 고장 내어버린 탓에 황제에게 바칠 할당량도 위태해진 공작은 부임하자마자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한편 큰 이권이었던 아라키스를 양도한 블라디미르 하코넨(스텔란 스카스가르드) 남작은 사실 황제의 비공식 지원을 얻어 공작 가문을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습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공작 진영 내부에서 배신자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환경 대신 전우주에 희귀한 광물을 매장하고 있는 사막 행성을 배경으로 음모로 아버지를 잃은 공작 가문의 후계자 폴이 복수를 하고 예언 속 인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 SF 서사극을 영화로 옮겼다. 워낙 원작 내용이 많은 관계로 이전 각색과는 다르게 1권 절반을 영화로 옮긴 전편. 전작을 통해 명성과 풍부한 지원을 얻은 작가가 좋은 배우들과 1급 스태프를 데리고 공들여 찍은 티가 역력하다. 모던하면서도 창의적인 함선 디자인을 비롯한 품격있는 프로덕션, 웅장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어 인상적인 음악, 강렬한 분장을 찢고 존재감이 뿜어 나오는 배우들까지 러닝타임을 황홀하게 만드는 영화적 화학 작용이 시청각을 꽉 채운다. 전작들에 비해 독창적인 스타일은 다소 옅어졌지만 불안감과 우아함, 몽환적인 분위기와 날 것 같은 야생을 넘나들면서도 관조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는 연출도 일품.

몇몇 사소한 부분과 일부 등장인물을 빼면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한 편인데, 도전적인 각색이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감안하면 심심하게 느낄 관객도 있겠다. 열성적인 팬보이가 개성을 다소 포기하고 원작 팬들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던 [반지의 제왕] 같은 사례로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화려한 캐스팅이 제작 당시부터 유명했고, 영화에서도 기대 이상이다. 던칸 아이다호를 맡은 제이슨 모모아는 ([한니발] 3부작 때의 안소니 홉킨스처럼) 원작 시리즈에서의 인기를 고려한 캐스팅인 것 같고, 압도적인 분장과 효과를 더한 하코넨 일족의 분위기는 배우의 역량이 더해지며 더할 나위가 없다. 이전 각색 작품보다 훨씬 전사 이미지가 더 해진 레이디 제시카 역할의 레베카 페르구손과 정말 사막 민족인 것 같은 차니의 젠다야도 보는 맛이 좋다.

속편을 두근대며 기다리게 하는 잘 빠진 SF 서사극.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첫손에 꼽지는 않아도 역량과 감각이 최고조에 이른 때에 만든 압도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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