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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2021) / 리들리 스콧 단평

출처: IMP Awards

젠트리 계급에서 용맹함으로 유명한 장 드 까루주(맷 데이먼)는 가문이 좋지 않아 성직자를 하려다가 젠트리 계급에 능력으로 들어온 자크(애덤 드라이버)와 전쟁터를 거치며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장의 아버지가 관리하는 봉토 일대를 실제로 지배하는 알랑송 백작(벤 애플렉)이 자크를 마음에 들어하며 장이 물려 받을 줄 알았던 지역을 빼앗긴다. 거기에 마르그리트(조디 코머)와 결혼하며 지참금으로 받으려 했던 옥토마저 자크가 가져간 것을 알게된 장은 알랑송 백작과 자크에게 원한을 갖는다.

역사상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실제 명예 결투를 소재로 한 사극을 [라쇼몽]을 연상하게 하는 다면 서술로 풀어냈다. 친구 사이였던 장과 자크 사이에 봉토 문제로 불화가 생기고 장의 아내 마르그리트를 자크가 겁탈하는 사건까지 동일한 이야기를 각각 주인공 3명의 기억으로 풀어낸 후, 법리적 다툼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판결을 두 사람의 목숨을 건 결투로 결정하는 ‘명예 결투’ 장면을 마무리로 배치 했다. 세 사람의 기억이 성격과 경험, 사회적 위치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까닭에 일부가 겹치는 같은 시기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정교한 연출이 일품이다. 세 사람의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차례로 나열한 후에는 묵직한 무기가 오가는 중세 시대 기사 대결을 처절하고 잔혹하게 연출해 마무리 한다. 테크니션으로서 작가의 솜씨가 빛나는 작품.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소품과 배경까지 뛰어난 프로덕션으로 꾸민 영화에 비해 다루는 소재가 어둡고, 실제 중세 시대를 꼼꼼하게 고증한 까닭에 화사함과 정반대로 간 분위기 때문에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반면,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세 사람의 기억을 배치했지만 사실상 정답에 해당하는 마르그리트의 기억으로 마무리 하는 내러티브는 [라쇼몽]의 모호하고 열린 전개의 미학적 성취에 비해 단선적이다. 대중적인 영화이기도 어렵고 작가주의 영화로 즐기기에도 아쉽다는 결론. 기술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연출과 정교한 시나리오, 주역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면 어느 면으로 조금씩은 아쉬운 함량에 있는 듯 하다.

몸을 안사리는 분장을 더해 인간적 약점이 선명한 인물을 연기한 맷 데이먼, 애덤 드라이버, 벤 애플렉이 역할의 무게를 잡아주지만 필모그래피로 가장 좋은 성취를 얻은 배우는 조디 코머. 후반부 중세 시대의 비인간적 모순을 홀로 감당하는 연기는 근래 영화 보는 눈이 좋은 배우에게 정점의 경력을 찍어 줬다.

대가의 명성이 아깝지 않은 만듦새가 좋은 영화. 야심에 비해 대중적으로도 작품으로도 아쉬움이 남는 모호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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