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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2021) / 클로이 자오 단평

출처: IMP Awards

태초부터 셀레스티얼이 지구로 파견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데비안츠를 제거하던 [이터널스]는 임무를 완수한 후 세계 각지로 퍼져 인간처럼 살아간다. 런던에서 살고 있는 세르시(젬마 찬)와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멸종한 줄 알았던 새 데비안츠의 습격을 받고, 옛 동료 이카리스(리처드 매든)가 합류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사라진 줄 알았던 데비안츠의 출현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터널스]의 리더인 에이잭(샐마 헤이엑)을 찾아나선 세르시 일행은 그가 이미 살해당한 것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모종의 이유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온 외계인들이 임무를 마친 줄 알았는데 다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왜 숙적 ‘데비안츠’가 돌아왔는지 찾는 과정에서 리더의 죽음을 비롯해 임무의 실체까지 진상을 추리하는 과정을 엮어 추리극처럼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에서 밝힌 진상은 (이제와서는 고리타분하기 쉬운) 원작보다는 20세기 이후 ‘절대적 존재’를 세계관의 핵심으로 삼은 수많은 SF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덕분에 MCU 치고는 파격적인 편이지만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와 톤이 좀 어긋나는 면이 있다. 여기에 ‘데비안츠’ 잡는 임무가 아니라서 지구에 살면서도 ‘인피니티 사가’에 참전하지 않았던 수퍼히어로가 세계관 안으로 들어와야 하므로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임무를 부정해야 하는데, 결국 결말을 예측하기 쉬운 길로 몰아 버린다. 수퍼히어로 버전으로 털어낸 [13층]이나 [블레이드2]에 가까운 이야기.

주인공이 워낙 많고 추리물을 표방한 플롯에도 신경을 쓰는 과정에서 수퍼히어로를 소개해야 하는 첫편이라는 한계가 있다보니 전개가 긴장감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면서 가까스로 이어진다. 여기에 우주적 상상력을 표방한 다른 MCU 영화의 공통적인 약점인 ‘인간중심적 상상력 한계’를 벼텨내지 못하면 즐길 구석이 유난히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영화가 고를 수 없었던 태생적 약점을 걷어내고 보면 적절한 액션 시퀀스와 모나지 않는 인물 소개, 방만한 이야기를 균형 있게 밀고 나간 범작이다. 역대 MCU 솔로 영화의 첫 작품은 대부분 범작이었고, 이 영화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 젬마 찬 캐스팅은 역대 최고 중 하나. 묘한 분위기의 외모를 기가 막히게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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