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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2022) / 변성현 단평

출처: 다음 영화

빨갱이로 몰려 죽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서창대(이선균)는 빨갱이로 몰리면서도 야당 소속으로 강원도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 김운범(설경구)을 돕기로 한다.문제는 서창대의 선거 운동 방법이 금권과 관료 조직을 등에 업은 여당을 상상도 못한 꼼수로 물리치는 방식이라는 것. 정당하지 못한 방법에 기겁하던 김운범 선거 캠프는 서창대가 결국 당선권 표를 얻는데 성공하면서 그를 중용하게 된다.

검은 돈과 공권력을 이용한 부정 선거가 횡행하던 1960년대 야당 비주류 후보였던 김대중을 일약 다선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불리하기만 했던 전당대회에서 40대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 데 성공한 선거 전략가 엄창록을 극화했다. 드라마틱 하지만 (외낙 당대에 더한 일이 많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을 중심으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 했다. 때문에 영화는 (김대중을 각색한) 김운범이 처음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극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처음으로 (박정희를 모델로 한) 박기수 대통령과 맞붙는 1971년까지 10년 정도 이야기에 집중 한다. 실제 인물인 엄창록이 1971년 대선 이후 활동이 거의 없기도 했던 까닭에 영화에서도 후일담으로 짧게 다루는데, 근래 실화 바탕의 영화처럼 전형적이기는 해도 여운을 잔잔하게 남기는 마무리가 훌륭하다.

핵심 사건에 대한 극적인 각색과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영화적으로 해석한 점, 실존 인물을 가져왔지만 새 이름을 주고 영화적으로 다듬은 점에서 [남산의 부장들]과 비슷한데, 인물 해석을 그보다 [그 때 그 사람들]에 가깝게 영화에서 원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더 선명하게 다듬었다. 본격적으로 김대중과 대립하기 한참 전 가까운 동료였던 김영삼을 모델로 한 김영호는 자신감 넘치고 여유있는 나이스가이를 강조했고, 중정을 이끌며 한창 권력에 취해 있던 시절의 김형욱은 더 과격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의도가 드러나는 배역은 원래 인물보다도 의뭉스럽고 요사스러운 책사처럼 해석한 이후락으로 조우진의 연기가 일품이다.

모티브의 대부분을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고 (실제 사건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기도 하니까) 주제의식에 맞추어 재해석하는데 집중한 결과가 훌륭하다. ([맹크] 같은 영화처럼) 좀 더 영화적인 욕심을 부리거나 ([봉오동전투]처럼) 앞뒤 역사를 감안해 이야기를 부풀리는 시도도 있을 법한데 묵직한 실화의 무게를 최대한 활용하는데서 멈춘다. 가능성을 포기한 듯 해서 아쉬운 지점에 선명한 주제의식이 있어 나름의 가치를 찾은 작품. 동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들에 비해 소품에 가까우면서도 밀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갖춘 영화를 만들어 냈다.

+) 추리하기 쉬운 유명 인사보다는 (실제 인물을 각색한 게 분명한) 조역의 모델이 궁금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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