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하우스 오브 구찌 (2022) / 리들리 스콧 단평

house_of_gucci_ver7

출처: IMP Awards

아버지 운수 회사에서 경리를 보던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는 파티에서 만난 마우리치오 구찌(애덤 드라이버)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제레미 아이언스)와 소원해진 마우리치오를 다시 가문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큰아버지인 알도 구찌(알 파치노)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 파트리치아는, 남편이 구찌 경영진이 된 후 알도와 그의 아들 파올로(자레드 레토)를 밀어낼 음모를 세운다.

패션으로 1970년대 거부가 된 구찌 가문의 후계자와 결혼한 후 갖가지 방법으로 부를 독점하는데 성공하지만 남편에게 내쳐진 후 암살을 의뢰한 실화를 각색한 영화. 워낙 쇼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많은 부분을 각색하며 바꿨지만 핵심 인물과 역학 관계는 그대로 살렸다. 실화를 극적으로 가공하기 보다는, 쇼킹한 사건의 중심 인물이 다층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당시 시대상을 탐미적으로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 [올 더 머니]와 유사하다.

야심만만한 파트리치아의 희생양으로 부를 잃어버리는 알도와 파올로가 강렬한 존재감 대신 전형적인 인물상을 연기하는데 비해, 야심가였지만 경박한 면을 드러내며 몰락하는 파트리치아와 순수한 도련님에서 자본주의적인 속물로 변해가는 마우리치오 부부에게 도전적인 연기를 배분했다. 능란한 배우 알 파치노와 연기 만큼이나 본판을 알아보기 힘들만큼 기막힌 분장을 한 자레드 레토가 현란한 지원 사격을 하는 와중에 레이디 가가와 애덤 드라이버에게서 깊이 있는 연기를 끌어냈다. 애덤 드라이버는 근래 좋은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지만, 전작 [스타 이즈 본]에서 증명한 가능성을 훌쩍 뛰어넘는 레이디 가가의 인상적인 연기폭이 볼거리.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뻔뻔한 속물을 묘사하는데 활용하는 영화의 시선도 재미있다.

화려한 시대의 북부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훑고, 뉴욕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구찌를 소재로 화려한 프로덕션과 매끈한 화면을 구성한 거장의 솜씨는 좋은 배우들을 도전적인 배역에 활용하며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 아무리 연기가 좋아도 경박한 사람들의 메마른 이야기를 즐기기에 깊은 뒷 얘기는 그리 궁금하지 않다. 비슷한 성격의 [올 더 머니]처럼 솜씨 좋게 당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비해, 인간사의 깊이를 영화를 통해 알아보기 어려운 아쉬움도 여전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