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하는 낙서공간

eye2eye.egloos.com

포토로그




나이트메어 앨리 (2021) / 기예르모 델 토로 단평

nightmare_alley_ver2

출처: IMP Awards

아버지가 죽은 집을 불태우고 떠돌아 다니던 스탠(브래들리 쿠퍼)은 3류 서커스단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단장(윌럼 더포)의 마음에 들어 직원이 된다. 허드렛일을 하던 스탠은 알콜중독자 피트(데이빗 스트러세언)에게서 독심술을 배우고 전기의자 쇼를 하는 몰리(루니 마라)와 사랑에 빠진다. 성공을 노리고 몰리와 대도시로 떠난 스탠은 호텔의 대형쇼에서 명성을 얻다가 정신과 의사 릴리스(케이트 블랑쳇)의 테스트를 받게 된다.

삼류 서커스단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기술을 얻은 젊은이가 대도시에 진출해 한탕을 노린 사기극을 벌이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범죄극. 이전 작품들에 비해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고전적이고 명암이 분명하지만 화려한 화면과 기괴한 분위기의 등장인물, 색감과 조명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드는 시퀀스까지 작가의 인장이 분명한 영화.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각색을 하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같은) 최근 영화와는 다르게 단선적인 이야기 구도마저 그대로 가져왔다. 전작에 이은 작가의 헐리웃 고전 취향이 두드러지고 아예 고전 헐리웃 영화를 차용한 것 같은 스타일은 [크림슨 피크]를 연상하게 한다.

기교를 거의 부리지 않은 플롯보다는 예상 가능하지만 강렬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을 조이며 끌어내는 연출의 조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이끄는 영화다. 중반부터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막상 결말 시퀀스의 여운은 혀를 내두를 정도. 화려한 캐스팅 만큼이나 하나같이 연기가 빼어난데, 가장 많은 분량을 책임 지는 브래들리 쿠퍼도 좋지만 이야기 상으로는 찾기 힘든 깊이를 부여하며 장르 느와르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팜므파탈을 스타일리시하게 연기하는 케이트 블랑쳇이 일품이다.

개성이 분명한 당대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감이 확실한 독특한 영화.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는 개인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연장선에 있는 일반적인 영화겠지만 워낙 수준이 높은 경력이 있는 작가의 작품 답게 완성도가 남다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