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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싱 영 우먼 (2021) / 에메랄드 페넬 단평

출처: IMP Awards

의대를 졸업했지만 동네 카페에서 성의 없는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카산드라(캐리 멀리건)는 저녁이면 한껏 꾸미고 번화가 바에서 남자를 유혹하고 성관계를 가지기 직전 상대를 제압한 후 협박하는 행동을 계속 한다. 언제나처럼 잘리기 직전의 성의 없는 알바를 하던 카산드라는 대학 시절 동기로 의사를 하고 있는 라이언(보 번햄)과 만난다. 대학 시절에 알던 사이일 뿐 아무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은 라이언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인이 되고, 카산드라도 라이언에게 마음을 열려고 한다. 그러던 중 카산드라가 낮과 밤이 다른 삶을 살아온 이유에 결정적 단서를 준 대학 시절 동기 매디슨(앨리슨 브리)이 나타난다.

자신보다 더 재능이 있다 생각했던 절친과 함께 대학에 들어가 모종의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고 의미 없는 알바를 하며 살고 있는 한 여자의 극단적인 삶을 추적하는 스릴러. 화사하고 파스텔 톤의 낮 시간과 어둡고 우울한 톤의 밤 시간을 대조적으로 배치하고, 주인공의 행동마저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도입부 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야기가 쌓이며 밝혀지는 진실과 카산드라가 기괴한 삶을 선택한 이유는 초반부터도 예상 가능한데, 영화가 집중하는 지점은 클리셰에 가까운 이면보다 풀어나가는 방식. 동화적이고 철저하게 소녀풍으로 색과 디자인을 맞춘 낮과 야하고 자극적인 부분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밤을 교차하고, 사건은 (비록 전형적이지만) 건조하고 잔혹하게 그려내 섞어버린다. 극단과 극단이 부딪치며 상징적인 순간까지 몰아붙이는 의도만큼이나 서슬퍼렇게 선명하다.

모든 의혹이 드러나고 마무리를 선택한 카산드라의 마지막 복장과 전개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전체적인 과한 톤과 어울리며 성공적인 마무리로 질주하는 작품.  명쾌하고 직선적인 줄거리에 비해 자기 삶을 전부 포기하면서까지 영화 속 선택을 한 카산드라를 이해할 만한 부분은 부족한데, 진지하면서도 장르적인 연기를 겸비하여 캐릭터에 적절한 현실감과 무게를 부여하는 캐리 멀리건의 빼어난 솜씨가 어색한 빈공간을 채워버린다. 솜씨 좋은 배우를 기용해 영화의 가장 큰 맹점을 매운 영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잘하는 쪽에서 과감한 폭발력이 돋보이는 전무후무한 작품으로, 개성 만이라면 당대 어디서도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다. 예술의 본질 중 하나가 ‘유일’함에 있다면 충분히 자기 자리를 찾을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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