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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2022) / 샘 레이미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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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MP Awards

옛 연인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괴물 가르간토스에게 공격 받는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를 구하게 된 [스트레인지 박사](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그녀가 멀티버스 사이를 옮겨다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쫓기는 것을 알게 된다. 웨스트뷰 사건으로 멀티버스에 대한 경험이 있는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에게 자문을 얻으러 간 스트레인지는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가 아메리카를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격적으로 MCU 버전 ‘멀티버스’를 주 소재로 다루며 여러 시공간의 뒤틀린 이야기를 ‘스칼렛 위치’ 완다와 맞대결 하며 풀어내는 수퍼히어로 영화. 전편이 ‘미러 디멘젼’이라는 개념을 매혹적인 [인셉션] 풍 비주얼로 영화에 녹였다면, 여러 MCU 프랜차이즈에서 소개한 ‘멀티버스’를 이야기의 대안이라는 방식으로 소화해 간단히 정리하면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야기로 엮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조금씩 변주한 세계에서 피아가 불분명한 (과거에는 자신이었거나 아군이었을) 적과 싸우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전편이 [인셉션]에서 도입한 상상력을 MCU 식으로 극한으로 밀어 붙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더 원]의 상상력을 MCU 식으로 소화하며 완성한 느낌. 재치있게 공포 영화의 문법을 찰떡 같이 구사하는 작가의 솜씨는 덤이다.

시리즈가 쌓이면서 점점 한편의 영화로는 즐기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있고, 이 영화 역시 전편만큼이나 드라마 시리즈의 완다 과거사에 많은 부분을 가져왔지만 막상 영화 자체로 충분히 몰입할 만 하다. 가져온 이야기가 실상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영화의 전후 묘사로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 오히려 ‘멀티버스’가 훨씬 다루기 어렵다는 실마리를 던지며 본격적으로 통제불가능한 균열을 맞이할 것 같았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마지막 장면의 분위기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풀어낸 플롯이 실망스럽다. 단순히 ‘멀티버스’ 능력을 가진 초능력 소녀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로 만들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초반부터 거세되어 버린다.(물론 의미심장한 ‘쿠키’ 영상에서 가능성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대단한 힘이 여주인공 안에 숨겨져 있는 듯 했다가 외계에서 온 존재에서 옮은 것으로 퉁 쳐버러린 [다크 피닉스]의 처참한 실패를 연상하게 하는 아쉬움.

훨씬 흥미진진할 수 있었던 소재를 단순명료하게 소모하지만 매력 있는 캐릭터와 (많은 세계관 제한에도 불구하고) 촘촘하게 쌓은 이야기를 그럴싸 하게 풀어낸 매끈한 영화. 공포 영화 명장의 녹슬지 않은 테크닉도 반가운 헐리웃 프랜차이즈의 솜씨 좋은 기획물.


덧글

  • 잠본이 2022/06/27 13:42 # 답글

    원래 계획상으로는 이게 노웨이홈 전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COVID 때문에 변경되면서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만약 원래대로 나왔더라면 좀더 매끄러운 흐름이 가능하지 않았을는지...
    (이를테면 노웨이홈에서 과거 스파이더맨들이 MCU로 넘어와 있던 걸 네드가 불러내는 것도 원래는 차베스가 멀티버스 횡단능력 통해서 데려올 예정이었다고)
  • 유지이 2022/06/30 19:24 #

    영화 본 후에 (노웨이홈 전에 나와서 차베스가 멀티버스를 열어주는 역할이었다는) 원안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기는 해요. 원안을 지키는 쪽이 더 좋지 않았을까.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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